96일 만의 그린 외출, 박지은 '버디 퀸' 손맛 살아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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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라운드에서 같은 조로 경기한 김미현·박지은·신지애(왼쪽부터)가 이동하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광주=뉴시스]

2004년은 '박지은 최고의 해'였다. 처음으로 메이저대회(나비스코 챔피언십)에서 우승했고, 고국에서 벌어진 CJ나인브릿지 대회에서도 우승, 한 해에 두 차례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공동 5위가 최고 성적일 정도로 하향세를 보이더니 올해는 허리 디스크 증세까지 겹쳐 끝내 석 달 넘게 쉬어야 했다. 그녀가 돌아왔다. 경기 감각은 좀 떨어졌지만 '버디 퀸'의 위력은 여전했다.

"몸무게는 그대로인데 나이도 들고 스트레스 때문인지 얼굴 살이 쪽 빠진 것 같아요."

박지은(나이키골프)의 얼굴은 반쪽이었다. 96일 만에 필드에 모습을 드러낸 탓인지 긴장도 한 것 같았다. "거의 나았는데 오늘 아침에 일어나니 목이 또 아프더라"며 입을 샐쭉했다.

15일 경기도 광주의 뉴서울 골프장에서 개막한 KLPGA 투어 SK엔크린 솔룩스 인비테이셔널. 복귀전인 이 대회 1라운드에서 박지은은 1번 홀 3퍼트(보기)로 경기를 시작했다. 2번 홀에서 세컨드 샷이 그린을 넘어가 또 보기.

시작은 좋지 않았지만 화끈한 드라이브샷은 여전했고, 아이언 감각이 살아나면서 페이스를 찾았다. 전반에 버디 2개로 이븐파를 만든 박지은은 파5인 13번 홀(526야드)에서 2온에 성공해 이글을 잡아내는 등 3언더파 공동 5위로 1라운드를 마쳤다. 박지은은 "시작은 좋지 않았지만 복귀 첫 라운드에 만족한다. 내일은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허리 부상과 슬럼프로 오랜 공백기를 겪으면서 박지은은 달라졌다.

"예전엔 정말 결혼하고 싶었는데 오기가 생겨 한 3년 동안 아무 잡념 없이 골프에만 전념하려고 해요."

욕심도 더 많아졌다.

"1등 해야죠. 슬럼프를 겪다 보니까 오히려 나는 할 수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박세리(CJ).김미현(KTF)과 함께 한국 여자 골프의 1세대 트로이카를 형성했던 박지은은 "두 언니보다 더 화려하게 부활하겠다"고 말했다.

박지은의 가방은 미셸 위의 캐디를 했던 그레그 존스턴이 멨다. "새 캐디를 찾던 차에 미셸이 존스턴을 해고했다는 얘기를 듣고 함께 일하게 됐다. 경험 많은 캐디라 코스 점검도 잘해 주고 샷이 안 풀려도 잘 토닥거려 주더라"고 말했다. 올해 완전히 쉴까도 생각했다는 박지은은 "두 달 쉬니까 몸이 근질근질했다"며 미국 LPGA 15개 대회를 채워야 하기 때문에 미국으로 돌아가 다음 주부터 LPGA투어에 참가할 예정이다.

1라운드에서는 홍진주(이동수패션)가 생애 최소타인 6언더파 66타로 단독 선두에 나섰다. 강수연(삼성전자)과 최나연(SK텔레콤)이 1타 차 공동 2위였고, 한동안 국내에서 쉬었던 김미현은 박지은과 함께 3언더파를 쳤다.

광주=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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