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혹…치욕…일제하의 한국인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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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재일 석태연·서남현스님 한인 무연유골 봉환 추진/탄광서…공사장서…쓰러진 동포/1천여기 부분봉환에는 반대
◇…일본의 전쟁에 끌려가 조국을 그리며 죽어간 1천1백40기의 혼령들은 일본을 떠나지 않으려 한다. 30만명에 달하는 징용군인·정신대·징용노동자들의 원혼이 위령받지 못하고 구천을 헤매고 있는데 그들만 조국의 품에 돌아올수 없다. 혼령들은 통곡한다. 우리 정부가 죄없이 끌려가 일본 전역의 광산·탄광·군수산업공장·수력발전소·토목공사장에서 죽어간 사람들의 신원을 밝혀내고 바람만 불어도 백골이 드러날 상태로 산야에 묻혀있는 유골과 사찰·납골당등에 흩어져 있는 원통한 혼들을 모아 위로해 주지 않는가 하고….
재일 한민족사원 고려사(주지 서남현스님)의 신도들과 일본각지 징용현장부근에 살고있는 아리랑마을 동포등은 현재 한일정부간에 추진중인 일본 후생성이 보관하고 있는 태평양전쟁중 전사한 한국인 군인·군속(정신대포함)의 유골 1천1백40기 국내봉환을 반대하고 있다.
30만 징용사망자들의 유골이 수습되고 재일한국인 원폭피해자 실태조사와 치료및 생계대책이 수립되고 재일동포3세 법적지위문제가 해결되고 난후에야 그 영혼들이 고국에 돌아갈수 있다고 그들은 믿고있다.
서남현스님등은 『1천1백40기의 유골은 현재 일본이 전쟁중 자신들이 끌고가서 죽게했다고 인정하고 신원을 밝혀 보관하고 있는 유일한 유골이며 일본인들은 이를 하루빨리 한국에 보내 전후문제 처리를 끝내려하는 저의를 갖고 있다』고 강조한다.
많은 재일한국인들은 일본땅에서 살아갈수 있는 자기정체성의 뿌리가 되고 재일 한국인의 법적지위와 인권환경개선을 위한 항의가 정당하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일본인에게 준엄하게 전쟁의 책임을 물을 근거가 되는 이들 유골송환에 한국정부가 보다 신중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그들은 최근 정부가 한 문서에서 「유골문제는 과거 역사의 유산으로서 1차적으로 일본정부가 성의를 갖고 책임을 다해야할 것」이라고 밝힌데 대해 분개하고 있다. 한국정부가 정치적문제 때문에 직접 조사하지 못한다면 민간기구를 구성해서라도 해야할 일을 일본측의 성의에 맡기려하는 것이 왜(?)냐고 묻는다.
대한불교조계종 재일총본산 종교법인 일본조계종관장 석태연스님과 고려사주지 서남현스님은 올해초 국회에 1천1백40기의 유골이 일본에 남아있어야하고 일본 전역에 방치된 30만 무연유골의 수습과 봉안에 정부가 힘써 주도록 요구하는 청원을 재일동포를 대표하여 제출했다. 그러나 정쟁에 바쁜 국회는 이 청원을 다루지 못했다.
서남현스님은 『이같은 상태에서 노대통령의 일본방문이 어떤 의미를 갖는가를 재일동포들은 생각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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