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테토(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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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일 테토』라는 이탈리아 영화가 있었다. 우리말로 「지붕」이라는 뜻이다. 비토리오 데시카가 감독한,30년도 더 된 영화다.
2차대전이 끝나고,로마 교외에는 아파트들이 앞을 다투며 하늘로 치솟고 있었다.
그러나 신혼부부,나탈레와 루이자는 어디 베개놓을 자리도 없었다. 벽돌공인 나탈레와 파출부 생활을 하는 루이자의 하루 벌이로는 내집 마련은 꿈도 못꿀 일이었다.
나탈레부부는 하는수 없이 아버지 집에 얹혀 살았다. 말이 그렇지 안방에는 부모와 누이동생의 침대로 꽉 차고,옆방엔 역시 더부살이를 하는 누이부부와 그 아이들 차지였다. 그런 틈에서 신혼부부가 끼어 살자니 말이 아니었다. 게다가 누이는 아기까지 낳았다.
이탈리아는 그때 이미 무허가 건축물 단속이 심했다. 경찰은 닥치는 대로 부숴버렸다. 하지만 한가지 흥미있는 사실은 지붕이 없거나 허술한 집의 경우이고,제대로 된 지붕이 있는 집은 철거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그 정도의 인정은 있었던 모양이다.
나탈레부부는 어느날 이를 악물고 결심을 했다. 하룻밤 사이에 지붕있는 집을 짓기로 한 것이다. 그동안 모아놓은 쌈지돈과 빚을 내 건축자재를 사서,밤새껏 벽을 쌓아 올렸다. 동은 훤히 터 오는데 집은 아직 덜 되었다. 비록 영화지만 그 마무리를 지켜보는 관객들은 가슴이 조이고 등엔 땀이 흘렀다. 아슬아슬하게 지붕이 올라갔다.
아,나탈레부부는 비로소 내집을 갖게 되었다. 관객들은 그 순간 박수라도 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영화가 아니고 우리는 지금 그런 경험을 현실속에서 하고 산다. 내집은 고사하고 요즘은 전세 살기도 어렵다. 서울 변두리 어느 낡은 아파트촌의 30평짜리 전세가 5천만원에서 9천만원으로 오른 경우도 보았다. 불과 몇달 사이에 말이다. 주택문제는 이제 국민의 목을 죄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서울의 인구는 해마다 30만명씩 불어난다. 문제의 핵심은 바로 여기에 있다. 끝도 없이 도회지로 몰려드는 그많은 사람들에게 집을 마련해 준다는 것은 사실 기적이 아니고는 불가능하다. 결국 도시인구를 분산시키는 근본적이고도 획기적인 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근본은 놓아 두고 발등의 불이나 끌 생각을 하는 정부 보기가 그저 답답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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