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 월마트 합병도 '5㎞ 룰' 적용" 3곳 이상 매각해야 할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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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신세계 이마트와 월마트의 합병도 독과점 우려가 있는 일부 점포를 매각해야 하는 조건부 승인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랜드와 까르푸 합병 때 썼던 기준을 그대로 적용해 전원회의에 상정하겠다는 방침을 정했기 때문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14일 "이마트.월마트 합병에 대해서도 대도시 지역의 독점 여부를 추정할 때 '5㎞ 룰(지방은 10㎞)'을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한 업체가 인근 점포를 합병할 경우 이 지역 시장에서의 독점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을 반경 5㎞까지로 잡겠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13일 이랜드.까르푸 합병을 승인하면서 이 룰을 적용, 안양.군포, 성남.용인, 전남 순천시 등 3개 지역의 점포 3곳을 매각하라고 결정한 바 있다.

이마트의 경우 현재 독점 판정이 날 가능성이 큰 점포는 ▶대전 서구의 이마트 둔산점과 월마트 대전점 ▶경기도 용인시의 이마트 죽전점과 월마트 구성점 ▶경북 경산시의 이마트 경산점과 대구 수성구의 월마트 시지점 등 세 곳이다. 이들 점포는 서로 반경 2.5㎞ 안에 있으며, 5㎞ 룰을 적용할 경우 매각 대상이 될 점포는 한두 개 정도 늘어날 수도 있다. 공정위는 "선례가 만들어진 만큼 심사 절차가 빨라질 것이고 이르면 이달 중 결론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랜드와 이마트 측은 모두 이번 공정위의 결정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루가 다르게 경쟁구도가 바뀌는 시장 상황을 무시한 채 정부가 지역 점유율이라는 일방적인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까르푸가 매각해야 할 점포를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 업계 상위 3개 업체는 매입하지 못 하도록 한 공정위의 결정에 대해서도 업계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미 주변에 대형 업체들이 진을 치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 군소 업체가 출혈 경쟁을 감수하면서 이 점포를 인수할 리 없기 때문이다.

이랜드 관계자는 "앞으로 내부 논의와 법률적 검토를 거쳐 28일께 공식 입장을 밝힐 예정"이라며 "이번 공정위 심사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은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업계에서 5㎞ 룰이 자의적인 기준이라며 반발하고 있지만 외국에도 이런 사례가 허다하다"며 "국내에 없던 기준을 처음으로 만든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또 기준을 5㎞로 정한 이유에 대해선 할인점 전단지가 배포되는 지역, 할인카드를 소지한 고객의 거주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준술.김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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