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몰증시 회생길 없는가/부동산투기 억제ㆍ경기회복 힘써야(시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뭉칫돈 4조원이상 빠져나가/투자분위기 조성이 선결 과제
경제팀이 바뀌고 금융실명제 유보방침이 거의 확정적인 데도 불구하고 주가는 하향추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증시 당국자도 불안하지만 정부당국자는 더욱 애가 탈 지경이다.
종합주가지수는 28일 8백20선도 위협하면서 1년6개월전인 88년 12월1일(8백25.00) 수준으로 되돌아 갔다.
지난해말부터 투자자들과 증권당국이 합작으로 만들어낸 소위 증시부양책은 ▲특별담보 대출 ▲시가발행 할인율 확대 ▲주식매입자금 무제한 방출 ▲대용증권 허용 ▲증권주 신용거래 허용등으로 계속 이어졌으나 증시를 부양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성장론자들로 개각을 해야 한다,증시침체의 주범인 금융실명제를 연기해야 한다는 등 증시의 주장도 쏟아져 나왔으나 막상 개각이 되고 나서도 주가는 가라앉기만 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종합주가지수 8백50선이 무너졌을 때 「증시붕괴론」까지 거론하면서 12ㆍ12조치를 이끌어냈던 투자자와 정부당국이 이제 8백30선이 무너졌는데도 모두 할말을 잃고 있다.
이제 증시에서는 단기 급등으로 그치고 마는 호재타령이 아니라 근본적인 증시 회생 가능성에 관심을 쏟고 있다.
현재 증시의 가장 큰 문제는 계속된 증시자금 이탈로 매수기반이 지극히 취약해진 점이다. 고객예탁금은 26일 현재 1조4천77억원으로 연초에 비해서도 5천억원 이상 줄어든 최저수준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말부터 증시에서 빠져나간 뭉칫돈은 4조원 이상으로 부동산이나 단기성 예금으로 몰려가 버렸다.
증시관계자들이 걱정하고 있는 것은 아직도 부동산가격이 진정될 기미가 없는 상황에서 과연 주식에 대한 투자의욕이 살아나겠는가 하는점이다.
일반적으로 부동산쪽으로 빠져나간 돈이 다시 증시에 유입되려면 상당기간의 시간이 필요하고 그것도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투기 억제책이 수반될 때 가능하기 때문이다.
증시관계자들은 증시가 회복 가능한 시기를 어차피 경기회복이 가시화 되는 2ㆍ4분기 이후로 멀리보고 있다.
그러나 우선 투자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결국 물량압박으로 작용하는 대용증권 사용등을 철회하고 부동산 대책을 시급히 수립해줄 것을 바라고 있다.
이제는 증시에 대한 정부의 직접적인 통제를 자제하고 경기회복에 주력함으로써 우회적으로 증시저변을 확대하는 데 힘써야 할 시점이다.<손장환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