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수가제 전면 실시 백지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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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특정 질병에 대해 미리 정해진 진료비를 내는 포괄수가제를 전면 실시하려던 정부 방침이 백지화됐다.

김화중(金花中) 보건복지부 장관은 20일 기자간담회에서 "포괄수가제가 적용되는 질병 군(群)을 7개에서 10개 이상으로 늘리는 대신 모든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전면 시행하지는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의료기관은 포괄수가제 실시 여부를 지금처럼 자율적으로 결정하게 된다. 다만 국립병원과 지방공사의료원 등 공공의료기관에는 올해 내에 포괄수가제를 강제로 적용키로 했다.

복지부가 전면 시행 방침을 철회한 이유는 의료계의 반발 때문이다. 의사협회는 "포괄수가제를 강제로 시행하면 좋은 재료나 치료법을 사용할 이유가 사라져 진료의 질이 떨어지고 의사의 자율적인 진료권이 침해된다"면서 강하게 반발해왔다.

복지부의 이번 조치에 대해 건강세상네트워크를 비롯한 시민단체는 "의료계의 힘에 굴복했다"고 정부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이들은 "포괄수가제를 시행하지 않으면 의사들이 진료 행위를 늘려 진료비를 부풀리는 문제점을 개선할 길이 없다"며 전면 시행을 촉구하고 있다.

金장관은 "현재까지 포괄수가제를 적용한 7개 질병군에 대해 수가를 10% 정도 더 줬지만 앞으로 채택될 질병군에는 이러한 인센티브를 주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복지부 관계자는 "연말까지 포괄수가제 적용 대상을 늘리기 위한 추진반을 구성한 뒤 내년 상반기에 추가 질병군을 확정하고 2005년 초부터 시범사업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포괄수가제는 백내장.맹장염.치질.편도선 수술과 제왕절개 분만 등 7개 질병에 대해 입원 일수나 검사 횟수 등 의료행위의 양에 관계 없이 정해진 진료비를 내는 제도다.

복지부는 지난 8월 의사들의 불필요한 진료 행위를 막기 위해 7개 질병을 진료하는 모든 의료기관에 대해 11월부터 포괄수가제를 강제 적용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건강보험법 시행령을 입법예고했다.

그러나 의료계의 저항이 예상 외로 세자 金장관은 지난 9일 국정감사에서 "포괄수가제 선택시행을 검토하겠다"고 물러섰다가 이번에 철회를 공식 발표한 것이다.

포괄수가제는 1997년부터 일부 의료기관에 한해 시범적으로 시행해오다 지난해 원하는 곳으로 확대됐으며 현재 1천8백46개 의료기관이 선택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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