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한국인 28% 술 마시기가 ″고역〃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술을 무차별로 강요하다시피 하는 우리의「술 문화」에 대한 비판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연세대에서 최근 열린 대한정신약물학회 제1회 학술대회에서는 우리나라 사람은 약10명당 3명 꼴로 체내에 알콜 분해(ALDH)효소를 갖고 있지 않아 술 체질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한양대의대 백용균교수(유전학)팀은 유전인자의 분석법을 통해 국내인의 알콜 분해효소 유무를 분석했다고 밝혔다.
백교수팀은 지난 86년에 머리카락의 모근에 분포하는 효소를 분석, 이와 비슷한 결과를 얻은바 있으나 효소를 지배하는 유전인자를 직접 분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세대의대 김채원교수(정신과)는『일본에서는 알콜중독을종전의 정신·약물요법으로 치료하는데서 벗어나 유전자로 치료하는 새로운 기법의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전하고 『백교수팀의 연구성과는 이 같은 연구방향에 큰 활력소가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백교수팀은 서독 함부르크대팀과 공동으로 연구대상자에게서 뽑은 혈액 속의 백혈구에서 추출한 디옥시 리보핵산(DNA)을 230∼250으로 대량 증폭한 뒤 DNA에서 알콜 분해효소의 유무를 측정했다.
그 결과 연구대상자 2백18명중 62명(28.4%)은 알콜 분해효소를 전혀 갖고있지 않아 술 체질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연구에서 특히 중요한 것은 알콜 분해효소가 없는 사람 62명중 58명은 유전자형이 헤테로(이형접합)였으며 4명은 호모(동형접합)라는 점이다.
종전의 효소분석이 단순히 알콜 분해효소의 유무만을 확인시켜주는데 비해 이 같은 결과는 유전의 양식을 명쾌하게 설명해주기 때문에 알콜 중독의 치료방향에 새로운 길을 터준 셈이다.
이번 연구분석에서는 또 중국인 60명중 22명(36.7%)이, 일본인 1백26명중 66명(52.3%)이 각각 알콜분해 효소를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백교수는『이밖에 다른 연구결과를 보면 남미·북미의 인디언들도 42%가 알콜 분해효소를 갖고있지 않으나 유럽의 백인종·아프리카의 흑인종은 거의 1백% 알콜 분해효소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백인종들은 알콜 분해효소를 갖고 있는데도 폭음하지 않고 술을 즐기면서 적당히 마시는데 반해, 상당수가 술 체질이 아닌 우리나라의 경우 이른바「폭탄주」「화주」등의 음주습관까지 만들어가며 다른 사람에게 술을 강요하고 있어 문제라는 것.
우리가 마시는 술의 알콜 성분은 위벽과 장에서 일부 흡수되고 나머지는 간에 들어가 분해되면서 물(H2O)과 이산화탄소(CO2)로 최종 분해되는데 이 분해에 직접 관여하는 것이 바로 알콜 분해효소다. 사람의 12번 염색체에 연관돼 있는 이 효소가 없으면 몸안에서 알콜(에탄올)을 제대로 분해하지 못해 음주 자체가 고역이다.
그러나 설령 이 효소를 갖고 있더라도 소주3백20cc를 분해시키기 위해서는 만24시간정도가 필요하다. 때문에 거르지 않고 매일 폭음·과음하는 사람들은 건강을 해치게 마련이다.
한편 미국사망조사센터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지난87년 음주 때문에 사고나 질병으로 숨진 사람은 10만5천명에 달하며 특히 이들의 평균수명이 일반인들보다 26년이나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임백인 음성정신병원장은『경제기획원등의 통계로 보아 국내에서도 80만명정도가 음주를 시작한지 10년 이상 지나면서 간장·순환기및 위장질환등 각종 질병을 앓는 것으로 보이며 이는 술을 많이 마시는 남자가 30∼40대에서 여자보다 평균수명이 8년 정도 짧아지는데서 엿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영섭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