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 ″인술〃봉사 10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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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저희들은 자선을 베푸는 것이 아닙니다. 사회의 도움으로 배운 의술을 다시 사회에 환원함으로써 고마움에 보답하는 것이지요.』
장학금을 받는 치과대생과 약대생들이 10년째 저소득층 주민들을 상대로 무료진료활동을 펴고있다.
정수장학회 장학금을 받는 대학생들의 봉사단체인 청오회의 치과진료반. 80년부터 매달 하루씩 신림7동 신림유아원에서 진료활동을 해오다 올해부터 염창동 사무소로 장소를 옮겨 매달 마지막 일요일 오전9시부터 8시간동안 봉사하고 있다.
이들의 봉사는 79년 청오회대학생들의 하계 농촌봉사활동에서 비롯됐다.
자비와 선배들의 도움으로 어렵게 마련한 치과의료장비를 계속 활용할 방안을 찾다가 서울시내 저소득층 밀집지역에서 병원에 가기 힘든 주민들을 상대로 진료를 하면 어떻겠느냐는 의견이 모아진 것.
과중한 학과공부로 시간 쪼개거가 힘들지만 서울대·연대·경희대 치과대 본과2년 이상 5명과약대·간호대생 4명등 9명이 진료활동에 대를 물려 참가하고 있으며 청오회 출신 선배치과의사 2명이 도와준다.
초기엔 활동에 필요한 비용을 각자 부담했으나 지금은 선배의사들과 장학회 측에서 약값·교통비등을 지원해 줘 활동에 별 어려움은 없는 편.
『신림동에서 장소를 옮기면서 학교에서 배울 수 없는 많은 것을 배웠어요. 의사와 사회와의 관계지요.』
10년 가까이 진료활동을 편 결과 활동초기에 비해 주민들의 건강의식이 눈에 띄게 달라졌고 의료보험 보편화로 병원 가기가 쉬워져 진료를 필요로 하는 주민이 줄어들었다는 박준호군(24·연대치대 본과3년)의 말.
진료반원들은 장소를 옮기기 전 그동안의 활동과 앞으로의 방향을 놓고 장시간 토론을 거쳤다.
활동의 의미가 약해졌으니 그만두자는 소수의견도 있었지만 처음 시작할 대로 돌아가 해야할 일을 찾아보자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치아건강은 치료보다 예방이 절대적인 만큼 활동방향을 홍보와 검진에 중점을 두기로 했다.
장소도 염창동으로 옮겼다.
『대부분 사람들이 올바르게 이 닦는 방법과 시기에 대해 모르고 있습니다. 이상이 있어도 그대로 방치하다가 못견딜 때 쯤에야 병원을 찾게 마련이죠』봉사단원들은 치아에 대한 일반인의 소홀함을 지적한다.
염창동사무소 사무장 박인석씨(48)는『학생들의 의뢰로 처음 동사무소 3층 회의실에 진료실을 설치했을 때는 주민들이 못미더워해 혹시 오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했다』며 『하지만 학생들의 말대로 예방을 강조해 알렸더니 많은 주민들이 마음놓고 찾는데다 호응도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대학 때부터 이 모임에서 활동했던 치과의 권오련씨(26·여)는 『봉사활동을 통해 학생들은 장학금을 준 사회에 대해 보답하는 기회도 되겠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이를 통해 요즘은 배우기 힘든「의술이 아닌 인술」을 배우고 있는 셈』이라고 활동의 의미를 전한다. <이효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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