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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독」… ″신제국이냐 민주국이냐〃 엇갈린 시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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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통일독일의 국가성격에 대해 신독일제국 등장과 민주주의 국가성립이라는 상반된 주장이 맞서고 있다. 슈미트 전 서독총리는 새 통일독일은 비제국주의 민주국가가 될 것이며 독일제국의 재등장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서독경제주간지 비르트 샤프츠 보혜의 정치담당 데스크 긴스부르크기자는 콜 서독총리의 통독 방향은 게르만민족 우월성에 바탕한 민족주의의 부활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통일독일의 국가성격에 대한 슈미트 전 총리와 긴스부르크기자의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지 기고문을 발췌, 게재한다. <편집자주>
동서 양독국민들이 지금부터 가장 시급히 해야 할 일은 통일독일이 타국의 이익을 최대한 존중할 것임을 증명해 보이는 것이다.
많은 국민들이 북구나 남구의 변방반도나 섬에 살고있다. 독일이나 폴란드 같은 몇몇 소수국가만이 유럽대륙 한가운데 위치, 많은 이웃국가들과 국경을 접하고 있다.
EC는 경제적 안정을 보강해주는「닻」일뿐만 아니라 유럽대륙「정치중력」의 중심으로 인식되어야 한다. 따라서 독일인들은 유럽이 경제적 통합으로 나아가려는 움직임, 나아가 궁극적인 정치적 합일체를 이루려는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독일이 EC의 회원국으로 남아있는 것만이 독일의 이웃 국가들의 우려를 해소하는 방법이다.
EC는 보다 단단히 결속돼야 한다. 예컨대 공동의 외교정책과 단일방위체제를 구축함으로서 EC는 단일중앙은행체제로까지 발전돼 나가야한다.
독일에 가장 중요한 이웃 나라는 프랑스와 폴란드다. 독일인들은 폴란드및 프랑스와의 관계에서 정치적 판단과 심리적 배려를 함께 고려하는 현명함을 가져야한다.

<폴란드국경 인정>
대폴란드 국경선을 독일은 조건없이 인정해야한다. 폴란드 국민들이 스탈린의 강압에 의해 서쪽으로 밀러났고 이에 따라 폴란드 국경선이 훨씬 서쪽으로 이동했다는 사실 때문에 폴란드국민들이 비난받을 수는 없다. 폴란드인 자신들도 결코 이런 침탈을 원한바 없다. 더욱이 이 같은 불행한 사태는 독일이 폴란드와 소련에 대해 저질렀던 침략행위의 결과임을 상기해야한다.
이제는 폴란드인들이 국경선과 관련한 불안감을 깨끗이 잊도록 배려해야할 때다. 양독의 영토는 8천만 독일인을 포용하기에는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
독일이 세계 어느 국가도 인정하지 않을 대폴란드 영토반환요구를 고집한다면 고립화를 자초할 뿐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독일통일을 가로막는 결정적인 장애물로 등장할 위험이 크다.
독일통일에 가장 큰 영향력을 갖고 있는 나라는 프랑스다. 지난 수십년간 프랑스에서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독일은 항상 프랑스 제1의 형제국자리를 지켜왔다. 그리고 독일인도 프랑스인을 제일 사랑하기는 마찬가지다. 장모네, 로베르 슈망, 샤를르 드골, 지스카르 데스탱,프랑소와 미테랑등의 프랑스 지도자들과 아데나워등 독일인 지도자들이 협력한 결과 프랑스인과 독일인들 사이에는 깊은 신뢰의 바탕이 마련됐다.
프랑스는 독일통일문제에 대해 신속하고 호의적으로 정통성과 신뢰를 부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정치인들 사이에 독일에 대한 깊은「금기의식」이 자리잡고있음은 솔직히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은 양국간의 경제력과 인구수를 통계적으로 비교함으로써 파생된 것이기도 하고 과거 역사의 어두운 일면에서 기인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앞으로도 계속 이와 같은 앙금이 그대로 남아 있어야할 이유는 없다.
프랑스는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상임이사국이다. 보다 중요한 점은 「프랑스가 전체 독일문제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에 대해 권리가 있음」을 규정한 파리협약의 당사국이며 베를린 4개국 협약의 일원이라는 것이다.
프랑스와는 형제독일인에게는 나치와 아우슈비츠의 망령이 떠나지 않고 있다. 반면 프랑스인들은 오랜 역사와 찬란한 문화위에 세워진 국가라는 아름다운 영예를 누리고 있다.
독일인들은 프랑스가 EC를 더욱 승화시켜 유럽통합을 달성할 원대한 포부를 갖고 있음을 믿고 있다. 그러나 영국의 경우 적어도 당분간은 독일인들이 이 같은 믿음을 갖기 어렵다. 영국은 결코 7천7백만 독일인을 서독 영토에 한정시킬 수 없을 것이다.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이라면, 또는 프랑스국민전체라면 독일인의 서독영토 한정론을 주장할 수 있다. 우리 독일인들은 프랑스를 필요로 한다. 독일은 프랑스의 이해와 지도와 안내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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