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금맥을 캐라<1>바뀌는 금융지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최근 서울 지역 16개 단자 사들이 일제히 영업 점포를 연 것을 계기로 서울 강남지역이 새로운 「돈밭」으로 주목받고 있다.
전국에서 가장 비싼 축에 드는 아파트 군, 화려하고 소비 지향적인 고급 상가, 번창하는 향락산업 등으로 연상되는 서울강남이 이제 서울 명동·을지로 등에 이어 새로운「금융1번지」로 떠오르며 서울뿐 아니라 전국의 「금융지도」를 바꾸어가고 있는 것이다. 강남 금융 가의 세태에 비추어지는 서울 강남의 또 다른 모습을 3회에 걸쳐 그려본다.
서울 강남은 누가 뭐래도 일단 부촌중의 부촌이다.
그렇다고 강남의 부가 어느 정도의 규모인지를 정확히 파악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강남 금융」 의 세력비중을 한번 따져보면 강남의 부의 비중도 함께 가늠해 볼 수 있다.
행정구역상 서울 강남을 서초·강남·송파·강동구 등 이른바 「8학군」지역으로 금을 그어 볼 때 강남 지역의 인구는 약2백 만명으로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5%,서울 인구의 20%쯤 된다.
그러나 이들 강남 지역에 위치한 증권사 지점들의 약정고는 지난 1월말현재 2조8천여억원으로 증시 전체 약정고의 인%를 차지하고 있다.
또 한국·국민·대한 등 3개 투신사가 강남 지역의 지점을 통해 판 수익증권은 지난 1월 말 현재 약 3조원 어치로 전국 투신 저축고의 18%에 이른다.
증권이나 투신만이 아니다.
은행감독원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말 현재 강남지역 은행점포들은 전국 은행예금의 12·4%를, 은행대출의 9%를 점유하고 있으며, 88년에 서울시가 거둔 지방세 중 25%는 이들 강남지역의 주민들이 부담한 것이었다.
강남구만 따로 떼어 볼 때 강남구 주민 1인당 지방세 부담액은 평균 29만2천원으로 서울시 평균 12만7천원의 두 배가 넘는다.
이처럼 비중이 큰 「돈밭」에 금융기관들이 몰리는 것은 당연하다.
25개 증권사들은 지난 88년 정부의 점포 신설 자율화 방침 이후 지금까지 새로 늘린 2백50여개 지점 중 30%를 이들 4개 구에 집중 시켰다.
이에 따라 현재 전국의 증권사 지점 중 약20%가 강남 지역에 몰려있다.
은행의 여·수신 증가율은 더욱 격차가 벌어진다.
지난해 은행 예금과 대출의 전국 평균 증가율은 각각 16·4% 28·1%였으나 강남 지역에 자리 잡은 은행 점포들의 예·대 증가율은 놀랍게도 각각 1백36·3%, 1백54·5%였다.
「천리 밖에서도 돈 냄새를 맡는다」는 단자 사들은 지난 71년 이후 지점설치가 금지되어 오다가 최근 영업점 설치가 1사 1점포의 원칙아래 허용되자마자 서울 지역 16개 단자 사들이 단 한 곳도 예외가 없이 일제히 강남지역에 영업터전을 마련해 노골적인 「강남 러시」 현상을 드러내 보이기도 했다.
강남 지역의 금융기관에서 「금맥」을 캐기에 여념이 없는 금융기관 종사자들은 이 같은 강남금융의 집중 통계가 그나마 「빙산의 일각」 이라는 주장이다.
강남 부촌의 여유 있는 주민들이 굴리는「노는 돈」은 물론 향락 산업의 현장에서 매일매일 흘러나오는 「현금」, 교통난과 사무실 난으로 복잡한 강북을 피해 강남으로 옮겨가는 오퍼상·중견기업들이 금융기관에 담아 놓고 굴려 가는 「운전자금」 등이 바로 강남금맥의 주요 원천들이기 때문이다.
여기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서울 명동 등을 기웃 거려야만 투자를 위한 「고급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등 단기의 고수익을 노리는 뭉칫돈의 임자들이 활동할 수 있는 무대가 극히 한정되어있었으나 정보 통신망의 발달과 확산으로 인해 교통이 편한 강남에서도 얼마든지 「고급 경보」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것도 강남 금융이 세력을 뻗게 되기 시작한 중요한 이유중의 하나다.
바로 이달 초 증권주의 신용융자 허용방침을 미리 알고 모처럼의 주가폭등을 주도했던 「빠른 발」 들은 다름 아닌 서울 강남지역의 일부 증권사 지점들로, 명동이나 여의도 등의 내노라하는 지점들은 모두 「물」 을 먹였었다.
이 같은 이런 저런 이유들로 인해 자연스레 형성되기 시작한 것이 바로 강남의 신흥 금융가요, 그 중에서도 테헤란로를 따라 강남 지하철역에서 무역센터 네거리까지 주욱 늘어서 있는 금융가가 「알짜배기」 강남 금융가의 자리를 당당히 점하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