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인데…" 한 마디면 만사 OK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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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뭐길래…. '

세계적인 검색포털 구글이 그 이름만으로 국내 인터넷업계의 M&A(인수합병)를 좌지우지할 정도로 위력을 떨치고 있다. 특히 최근들어 구글 본사 관계자들의 방한이 부쩍 잦아지면서 구글의 국내 영향력은 더욱 가시화되고 있다.

롯데관광개발과 온라인매체인 마이데일리간 M&A 분쟁의 이면에서도 구글의 위력은 대단했다. 마이데일리가 구글과 여행포털 관련 합작사 설립을 추진 중이라는 미확인 정보가 롯데관광으로 하여금 인수계약을 서둘러 맺게한 결정적인 동기로 작용한 것.

롯데관광 측은 마이데일리가 이런 정보를 의도적으로 흘렸다고 주장하고, 마이데일리 측은 합작추진 사실이 없을 뿐 아니라 그런 정보를 흘린 적도 없다는 입장. 어느 쪽이 맞건 구글이 세긴 세다는 것을 실감하기에 충분했다. 제대로 확인도 해보지 않은 채 계약을 서둘렀을만큼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했음을 부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 6월 NHN이 검색업체인 '첫눈'을 인수할 당시에도 구글은 핵심 변수로 작용했다. NHN이 아직 채 서비스도 상용화되지 않은 신생업체를 350억원(총 200만주)이라는 적지 않은 금액에 서둘러 사들인 것도 바로 '첫눈-구글'의 결합을 막기 위한 의도가 있었다는 관측이다. 당시 구글과 첫눈 사이에는 인수협상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6월 초 엠파스 역시 구글과 전방위적 비즈니스 제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구글의 지분인수설이 나돌면서 주가가 한때 가격제한폭까지 오르는 등 '구글 후광'을 제대로 받았다.

협상 자체의 사실 여부를 떠나 '구글'이라는 이름만으로 IT업계 M&A의 시기와 가격에 직간접적으로 큰 영향력을 미치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구글은 검색서비스 부문에서 세계 최강 기업으로 야후, 마이크로소프트(MS)와 더불어 전세계 인터넷 시장을 놓고 주도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 때문에 구글과의 인수협상 대상이 된다는 것은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강한 '모멘텀'으로 작용하게 된다.

그러나 이 문제는 보다 냉정한 시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문이다. 국내 인터넷업체들에 대한 구글의 인수합병설이 본격적으로 나돌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부터다. 그럼에도 실제 '빅딜'이 성사된 사례는 전혀 없다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는게 이들의 지적이다.

구글 미국 본사 관계자들은 최근 들어 수시로 방한, 한국 진출이나 제휴 여부를 탐색하고 있다. 지난주에도 미국 본사 임원들이 방한, 각 방송사와 동영상 콘텐츠 제휴협상을 추진하거나, 광고 파트너를 새롭게 선정하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였다.

구글과 관련된 제휴설이나 M&A설이 최근들어 더 무성해진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작 구글의 행보는 신중하고 더디기만 하다. 구글은 국내 사무소를 통해 개발진 및 마케팅 인력을 지속적으로 충원하고 있다. 그럼에도 정식 지사 설립을 통해 국내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는 것은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는 게 최근 본사 직원들을 만났던 여러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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