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료에도 없는 주장, 정치적 의도 담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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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발표될 논문 가운데 단국대 서영수 교수의 '동북공정의 고조선.부여 연구 결과에 대한 평가'를 집중 소개한다. 동북공정의 시발점이 되는 주요 논거를 반박한다는 의의가 돋보이는 연구다.

서 교수는 헤이룽장(黑龍江)성 사회과학원 장비보(張碧波) 연구원의 저서 '기자(箕子)와 기자조선 연구'(출간 예정)를 분석했다. 서 교수는 "장 연구원의 주장은 문헌학.고고학적으로 근거가 없는 소수설인데도 당국과 정치적 이해가 맞아떨어져 조명을 받는 것"이라며 "목적의식이 앞선 비학문적 태도의 전형"이라고 비판했다.

◆ 사료에도 없는 주장=장 연구원은 저서에서 삼한(三韓)의 전신으로 여겨지는 진국이 은나라의 속국이었다는 주장을 새로 제기했다. 고대 한반도 전체가 중국의 영향 아래 있었다는 주장의 바탕이 된다. 이에 대해 서 교수는 "'좌전(左傳)'과 '시경'의 상토(相土)가 열렬하시니 해외가 절연히 정제됐도다"란 구절을 은나라가 해외에 속지를 가졌다고 해석하나 상토를 은나라로 해석할 근거가 없으므로 이는 억지라고 지적했다. 중국 측 사료를 분석해도 이런 해석은 성립하지 않는다. 은나라는 BC 1100년께 멸망했는데 진국이 문헌에 등장하는 것은 일러야 BC 2세기께이기 때문이다. 모국이 멸망한 뒤 900년 가까이 속국을 지배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말이 안 된다. 더욱이 은나라 유적은 한반도에서 발견된 것이 전무한 실정이다.

◆ 꿰맞추기 해석=장 연구원은 진국의 은나라 속국설을 근거로 다음 주장을 펼친다. 즉 은상(殷商)의 후예인 기자가 한반도에 와 조선을 세웠고, 이를 이은 위만조선은 한(漢)의 속국이었고, 여기서 한사군.고구려.발해가 비롯됐다는 것이다. 서 교수는 주역의 '기자지명이(箕子之明夷)'를 기자가 조선에 갔다고 해석한 것은 견강부회라 꼬집는다. 명이(明夷)는 태양이 땅에 들어간 상태로 군자가 곤경에 처한 상황을 비유한 것으로 조선이란 지명이 결코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 수상한 의도=서 교수는 중국 측의 숨은 의도를 경계한다. 예컨대 중국 학자 양쥔(楊軍)이 2000년 지린(吉林)대학 사회과학보에 '고조선연구 중 몇 문제를 재론함-장비보 선생에 답한다'란 논문에서 그 논리적 비약과 허구를 조목조목 비판했음을 들었다. 서 교수는 "그런 연구자에게 중국 사회과학원에서 연구 프로젝트를 발주한 자체가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이라며 "우리도 문헌사학자.고고학자의 협동 연구로 이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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