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경제제재 총지휘하는 미국 재무장관 노 대통령 숙소 찾는 까닭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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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13일 오전 5시(이하 한국시간) 워싱턴에 도착했다. 정상회담은 15일 0시(현지시간 14일 오전 11시)에 시작된다. 정상회담에 앞서 노 대통령은 숙소인 영빈관에서 헨리 폴슨(사진) 미 재무장관과 30분간 따로 만난다.

워싱턴을 찾은 한국 대통령이 미 재무장관을 별도로 만나기는 처음이다. 특히 그가 부시 행정부의 대북 금융제재를 총지휘하고 있는 재무부의 수장이라는 점에서 각별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면담은 폴슨 장관 측이 약 2주 전 주미 한국대사관을 통해 갑자기 요청해와 막판에 추가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재무부는 한국대사관 측에 "특별한 이유는 없다. 노 대통령과 양국 경제 전반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아시아통인 폴슨 장관의 생각을 전해 주려는 것"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폴슨 장관이 1990년대 74차례나 중국을 방문한 아시아통인 만큼 노 대통령을 만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중요성을 재확인하고, 미국의 아시아 무역 증진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는 얘기다. 대사관 관계자는 노 대통령이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과도 만난다고 말했다.

그러나 워싱턴 외교가에선 폴슨 장관이 노 대통령을 만나 북한의 불법 금융거래와 대량살상무기(WMD) 확산을 막기 위한 미국의 활동을 설명하고, 협조를 요청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폴슨 장관은 지난주 베트남에서 열린 아태 경제협력체(APEC) 재무장관 회의에 미국 재무장관으로는 처음 참석해 권오규 경제부총리에게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확산에 연루된 불법자금 차단에 협조해 달라고 요청할 만큼 대북 제재에 적극적"이라며 "노 대통령에게도 같은 요청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부시 대통령의 신임이 각별한 폴슨 장관이 한국 대통령을 만나려는 것은 부시의 의지가 담겨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부시 대통령이 정상회담에 앞서 대북 금융제재의 당위성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한국의 협조를 구하려 한다는 것이다.

한편 폴슨 장관 밑에서 불법 금융거래 추적 작업을 총괄하고 있는 스튜어트 레비 차관은 지난 주말 "중국을 비롯해 일본.베트남.몽골.싱가포르 등에서 약 24개 금융기관이 북한과 거래를 끊었다"며 "김정일 정권이 범죄 활동으로 이득을 보는 것은 이제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올 5월 물러난 존 스노 장관의 후임이다. 부시 대통령과 동갑(60)으로 하버드대에서 경영학석사(MBA)를 취득한 뒤 1974년 월가의 간판급 투자은행인 골드먼삭스에 입사, 99년 최고경영자에 올랐다. 탁월한 수완으로 지난해 56억 달러의 순익을 냈다. 지난해 연봉이 3830만 달러(약 360억원)로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2004년 대선 땐 부시 진영에 10만 달러를 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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