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논술방] 로봇의 삶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7면

<가> 로봇은 인간을 도와주는 것부터 시작하여 인간을 도와주는 것으로 끝나는 삶이다. ①난 로봇이 인간처럼 자유로웠으면 좋겠다. 인간은 힘들면 쉬기도 하지만 로봇은 쉴 수가 없다. ①나는 로봇세계에서도 민주주의가 존중되었으면 좋겠다. <나> '로봇'이라는 영화가 있다. 그 영화에서는 로봇이 ②조립되서 태어난다. 우리 인간은 엄마가 낳지만 로봇은 원하는 때에 아기로봇 부품을 구입해 조립하면 아기가 태어나는 거다. <다>③인간세계처럼 귀족/평민의 계급 으로 나뉘어 있다. 집안형편이 좋으면 비싼 새 로봇 부품을 사고, 가난하면 중고 ②푸품 으로 로봇을 조립한다. 이것처럼 실제로 ②로봇세게 에 민주주의가 존재했으면 좋겠고, 물론 로봇은 인간취급을 받았으면 좋겠다. <라>④ 인간취급을 받아야만 사람들이 로봇을 좋아하고 더 사랑할 수 있다.

◆ 첨삭·총평

창의력 좋으나 논점 벗어나

과학기술과 윤리를 다룬 이번 논제는 반응이 뜨거웠다. 어린이다운 상상과 주장들이 많았다. "인간로봇과 복제인간을 이용만 하면 로봇(클론)반란이 일어난다" "'욕, 싸움, 질투' 등이 늘어나고 원본과 복제인간을 혼동하는 사태가 일어나 세상이 더 혼란스럽다" "복제 인간이 원본을 죽이고 자기가 진짜인 양 군다. 그래서 인간로봇과 복제인간을 아예 안만드는 게 낫다" 등.

하지만 주제에 대한 밀도 있는 분석력을 보여준 글은 의외로 적었다. 가령 소설 '전갈의 아이'처럼 특권층만이 수명 연장을 위해 복제인간의 장기를 이식하는 '신종 복제기술 불평등', 순기능과 역기능이 한 몸에 두 얼굴로 나타나는 '문명의 이기(利器)'에 대 통찰 등이 부족했다.

혜주 학생은 초등 3학년이지만 인간 로봇과 복제인간 가운데 둘 중 하나만 논하라는 유의사항을 잘 지켰다. 영화 '로봇'의 예로 미래사회 빈부격차에 의한 로봇 조립 풍경을 예시로 든 점도 읽는맛을 나게 한다.

그러나 '로봇세계에도 민주주의가 자리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글의 태반이다. 로봇세계와 인간세계가 따로 존재한 채 '논술'이 아니라 영화평을 쓴 꼴이다. 논제는 "미래의 인간로봇을 어떻게 대해주어야 하는가"다. ④의 뒤든 앞이든 '로봇을 왜 인간으로 대해주어야 하는지에 대한 근거'를 들어주면 논술의 생명인 논증 펼치기, 부족한 양 보충, 논점 일탈 방지 등 '일석삼조'다. 그리고 내용을 한 단락의 결말(결론)부 <라>로 처리하면 구성력도 높아진다.

논술에선 일인칭 주어(나)와 감정적 표현을 안 쓰는 게 좋다. 앞의 ①은 "인간로봇도 인간처럼 자유롭게 살아야 한다", 뒤의 ①은 "로봇세계에서도 민주주의가 실현되어야 한다"로 각각 고쳐야 논술다운 문장이다. 맞춤법이 틀린 낱말들(②)은 퇴고의 땀을 흘리지 않았다는 게다. "조립돼, 부품, 로봇세계"로 각각 고치길 바란다. 작은 것(맞춤법, 띄어쓰기)이 '큰' 글을 완성하는 밑거름이다. ③은 '옛날 인간세계처럼 귀족과 평민 계급'으로 써야 한다. 오늘날 귀족과 평민 계급 차이가 있는 것처럼 오해할 수 있다.

노만수 서울디지털대 문예창작학부 초빙교수,학림논술 수석연구원

*** 다음 주제는

중앙일보 joins.com의 논술카페 '우리들의 수다(cafe.joins.com/suda)' 초등논술방에 글을 올려주세요. 매주 30명을 골라 학림논술연구소 연구원.강사들이 총평을 해드립니다.

◆ 다음 주제=평생 동안 참된 친구를 단 한 명이라도 사귈 수 있을까요. 그래서 공자는 "얼굴을 아는 사람은 많으나 마음을 아는 참된 친구는 몇이나 될까"라고 말했나 봅니다. 글 <가> 공자 말과 글 <나> 역사 속 우정을 적절하게 글 속에 인용하며 참된 우정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논술하시오. (600자±100) *보기 글은 '우리들의 수다'의 '초등 주제글 보기' 게시판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