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 하루 앞둔 동독 자유총선 이모저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서독 제휴정당 지원유세만 2백5회/각국 보도진 4천여명 몰려 북적/콜총리ㆍ브란트등 유세장 누벼/투표지 위조소문에 선관위 곤욕
이번 동독총선에는 세계각국에서 수천명의 보도진이 몰려 열띤 취재경쟁을 벌이고 있다. 동독의 인터내셔널 프레스센터측에 따르면 16일까지만 총4천장의 선거취재용 프레스카드가 발급됐고,동베를린시내 공화국광장에 마련된 선거상황실에는 이미 세계각국에서 몰려든 63개 TV의 카메라가 설치돼 선거당일인 18일을 기다리고 있다.
특히 한국에서는 MBC에서 11명의 보도진이 대거 몰려온 것을 비롯,총30여명의 한국보도진이 취재경쟁에 참여,독일통일문제에 대한 우리나라 국민들의 높은 관심을 반영하고 있다.
○…16일 저녁 동베를린시내 한복판인 알렉산더광장에서 민주사회당(구공산당)이 마지막 선거유세를 가짐으로써 이번 선거에 참가한 24개정당의 공식선거유세는 사실상 모두 끝났다.
선거운동 기간중 벌어진 각 정당의 선거유세 가운데 서독내 제휴정당의 지원하에 치러진 유세수만도 2백5회에 달해 동독정당을 들러리로 세운 서독정당간의 선거전이었다는 일부 동독인들의 지적을 실감케 하고 있다.
서독제휴정당의 지원을 받은 유세횟수는 기민당이 74회로 가장 많고,사민당이 60회로 두번째.콜총리는 모두 여섯차례의 기민당지원유세에 나섰고,브란트 전총리도 사민당을 위해 77세의 노령에도 불구,선거 전날까지 동독 각 지역을 누비는 노익장을 과시.
16일 서독내무부가 밝힌 공식자료에 따르면 선거 기간중 동독내 각 정당을 위해 서독내 각 정당후원회가 지원한 자금은 모두 7백50만마르크(약 30억원)로 기민당등 보수우익연합에 4백50만마르크,사민당과 자민당에 각각 1백50만마르크가 지원됐다.
그러나 현지소식통들은 이것은 공식적인 루트를 통해 지원된 규모일뿐 실제 지원된 자금규모는 이보다 훨씬 클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는 투표소마다 7명의 선거진행 요원들이 배치돼 있는데,이들은 투표와 개표업무까지 총괄,실제적인 투ㆍ개표업무도 모두 맡아보게 된다.
오후6시 투표가 끝나면 즉시 현장에서 투표함을 개봉,개표에 들어가게 되므로 선거결과가 신속하게 집계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동독선관위는 40년만에 처음 해보는 민주적 방식의 자유선거인만큼 여러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눈치..
특히 선거의 공정성확보에 대한 일반국민들의 시각에 아직도 과거 공산체제하의 선거가 아닌가하는 의혹이 많아 고충이 많다는것.
이에 따라 어느 정당에도 소속되지 않은 중립적 인사로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하고,각 투표소 요원을 엄선했지만 선거전날에도 일부 지역에서는 선거조작설이 나돌고 있는 실정.
동독남부 튜링겐지방에서는 구슈타지(비밀경찰)가 민주사회당을 위해 유권자 신분증과 투표용지를 위조하고 있다는 확인할 수 없는 소문 때문에 선관위 사람들이 바짝 긴장하기도.
한편 이번 선거에서는 총2만5천명의 해외거주 동독인들도 투표에 참여하게 되는데 동독선관위는 이들을 위해 25개국에 56개의 투표소를 마련.
북한에도 투표소가 마련됐느냐는 질문에 대해 슈펠만선관위 대변인은 『북한에는 동독유권자가 한명도 없다』고 답변했다.
○…이번선거를 총괄하고 있는 선관위장은 올해 25세의 여대생인 페트라 블레스양.
훔볼트대에서 독문학을 전공하는 그녀는 원래 SPD의 여성당원이었으나 역사적인 이번 선거를 공정하게 치를 인물이라고 평가돼 원탁회의에서 선관위장에 선출된것.
이에 대해 한 여성유권자는 여대생이 선관위장에 선출된 것은 젊음이 주는 활기와 순수함 때문이라고 말했는데 페트라양은 16일 기자회견장에도 가죽바지와 붉은색 스웨터를 입고나와 발랄한 모습을 과시.
○…이번 선거에 참여한 각 정당이 내세우는 구호중 기발한 것들이 많아 눈길.
히틀러의 파시즘을 강령으로 내세운 독일국가민주당(NDPD)은 선거일이 18일인 것과 자신들의 당이 18번임을 연결,『18일에는 18번을』이란 구호를 내세우고 있고,사회주의의 기본노선을 유지하겠다는 민주사회당은 좌익에 대한 일반인의 부정적 인식을 고려,『왼쪽,그곳은 가슴이 뛰는 곳』이란 구호를 내세웠다.
또 기민당등 조기통일을 주장하는 보수우익연합은 처음부터 일관되게 『우리는 하나』라는 구호로 통일에 대한 동독인의 감정에 호소.
○…16일저녁 동베를린에서 있었던 구공산당인 민주사회당의 마지막 유세에는 3만여명의 지지자들이 모여 쓰러져가는 「붉은별」에 대한 애착을 과시.
독일연합등 보수우익세력의 선거유세에서와 같은 열기와 흥분된 분위기는 찾아볼수 없고,매우 진지하고 긴장된 분위기속에서 진행된 이날 유세에는 특히 청ㆍ장년등 젊은층이 많아 눈길.
유세장에 나온 하이켈씨 (여ㆍ47)는 『어려서부터 공산주의 이념을 신봉해 왔다』고 말하고 『앞으로 야당으로서 스탈린주의와는 결별한 진정한 민주사회주의 당으로서 잘 해나갈 것을 믿어의심치 않는다』고 단호한 어조로 강조.
이날 유세장에는 DDR이라는 동독의 독일어 약자를 「생각하는 나머지 사람들」이란 뜻으로 풀이한 대형 현수막과 「작은 것이 때로는 옳은 것일수도 있다」는 피킷이 등장,집권당에서 소수당으로 전락할 것이 확실시되는 구공산당의 운명을 예고.【동베를린=배명복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