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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올라 본 백두산서 「민족의 웅비」를 노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그토록 엄혹한 추위/아직 그 추위 남아있는데/저 건너 망천후 넉넉한 비탈 눈더미 쌓였는데/어이하랴/백암 비류봉 아래/천지 물가 난장이 버들가지 부풀어/이미 봄이 왔는데/작은목숨들이 불러 봄이 왔는데』(「천지 가의 버들가지」전문)
백두산 천지 가에 피어오른 버들가지를 보고, 아니 그 사진을 보고 시인 고은씨는 지천으로 봄이 왔다고 한다. 우리의 북녘땅을 거슬러 오르지 못하고 중국쪽으로나 돌아 올라가 볼수밖에 없는 백두산, 때문에 버들가지 그 작디작은 생명들이 터져오르며 불러낸 백두의 봄을 마음껏 노래할 수 없으니 「어이하랴」.
고은씨와 중국동포사진 작가 이천록씨가 공동으로 백두산사진·시모음집 『천년의 울음이여 사랑이여』(한샘간)를 최근 펴냈다. 이씨가 3년에 걸쳐 오르내리며 백두산의 사계를 담은1백여점의 사진을 싣고있는 이책은 모두 4부로 구성돼 있다. 제1부「백두산」은 백두산의 사계를 담은 90여점의 사진마다에 민족성·민족의 역사에 서정적 감흥을 어우른 시를 붙이고 있으며 제2부「장시백두산」은 민족제일의 상징으로서의 백두와 민족의 웅비를 노래한 장시『오! 나의 백두여 천지여』를 싣고 있다.
제3부「백두산 전설」에서는 우리에겐 비교적 알려지지 않았던 백두산에 얽힌 전설 3편을, 제4부「백두산 기행」에는 작년 8월 중국과학원 초청으로 백두산을 등정했던 서한샘씨의 「그 이름 백두산」을 실었다.
80년대 중반부터 8권 예정으로 서사시「백두산」을 써오고 있는 고씨는 『백두산 체험이 없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백두산에 관한 자료도 묻혀진 상태여서 차라리 한밤중 별로부터 백두산을 배워왔다』고 했다.
그러나 『이 사진들을 들여다보며 백두산시 90편을 신바람내어 지을 수 있었다』고 밝힌다. 때문에 이 책은 분단이후 남한에서 최초로 발간된 시·사진의 백두산송가라 할수 있다.그러나 이 송가들은 아직은 비장하다. 고씨는 『언젠가 북으로 개마고원을 가로지른 나의 백두산 귀의가 있을때 백두산 전부를 한껏 노래하게 될 것』임을 확신하고 있다.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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