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중견기업] 한샘 '부엌의 변신' 35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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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샘이 최근 출시한 키친바흐의 ‘핑크우드’시리즈. 핑크우드는 성덕대왕 신종(에밀레 종) 비천상의 배경인 ‘당초무늬’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적용했다.

종합인테리어업체 한샘이 9일 창립 35주년이 됐다. 한샘은 1971년 창업하자마자 당시 오리표.백조표.거북표 등이 경합하던 부엌가구 시장에 새바람을 불어넣었다. 개수대-가열대-배선대 등 부엌가구의 작업대를 일하는 순서에 따라 배열한 '블록 키친'으로 도전장을 냈다. 당시 유행하던 제품의 개념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건축공학을 전공한 조창걸 회장이 주택을 설계하면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고안한 작품이다. 가스.전기.수도 배관이 몰려 있는 부엌의 특성을 간파한 것이다. 디자인에 대한 인식조차 희박하던 70년대 조 회장은 '사람을 위한 디자인'을 강조했다.

80년대 내놓은 '시스템 키친'은 그의 이런 구상이 반영된 제품이다. 업계 최초로 오븐.식기세척기 등 주방기기 등을 가구와 어우러지도록 한 '빌트인' 개념을 도입했고 다양한 색상은 부엌 공간을 밝게 했다. 91년 로고를 바꾼 한샘은 같은 해 '한샘 디자인연구소'의 문을 열었다. 세계에서 통하는 동양적인 디자인을 개발하는 게 이 연구소의 목표다. 국내 유수의 디자이너.건축가들과 함께 전국의 전통 건축물을 수차례 답사.분석했다.

한샘은 2001년부터 'DBEW(Design Beyond East and West) 국제 디자인 공모전'도 열고 있다. 가구.인테리어.주택설계 세 분야에 걸쳐 열리는 이 공모전에 매년 400여 점의 국내외 작품이 출품된다. 2004년 디자인연구소를 확대 개편하면서 연구소의 건물을 새로 지었다. 서울 원서동에 있는 이 연구소의 이름도 'DBEW'라고 지었다. 전통 한옥의 모양을 살린 이 연구소 건물은 옻칠이나 색동.태극 문양 등이 새겨 있는 고급 부엌가구 '키친바흐'의 산실이기도 하다. 이곳에는 70여 명의 디자이너가 보다 독창적인 디자인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노지영 개발담당 이사는 "중국시장을 뚫을 디자인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중국인의 마음을 움직일 디자인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장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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