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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그룹 3형제 후계경쟁 '난형난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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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그룹 3세 후계 경쟁에서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3형제의 경영 성과가 최근 구체화되면서 후계구도에 대한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조 회장에겐 장남 조현준 부사장(38), 차남 조현문 전무(37), 막내 조현상 상무(35) 등 3남이 있다.

이들 나이, 학벌, 지분소유이 비슷할 뿐 만 아니라 경영능력까지 비슷하다.

현재로선 우열을 따지기 힘들어 누구도 장담하기 힘든 실정이다.

한마디로 난형난제(難兄難弟)라는 얘기다.

그래서 재계 일각에서는 아들들의 성과가 탁월해 후계자를 선정하기 힘들 경우 선대처럼 '그룹 분할'이 이뤄질 수도 있다는 조심스러운 전망마저 내놓고 있다. 업무분장에 따라 그룹을 분리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것.

이같은 추측이 나오는 것은 효성가가 이미 2대째에서 원활하게 재산을 분리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선대 조만우 회장은 생전에 3형제중 장남인 조석래 회장에게 주력인 효성물산, 동양나이론, 동양폴리에스터, 효성중공업 등을 물려줬으며, 차남인 조양래 회장에게는 한국타이어를 맡겼다. 그리고 막내인 조욱래 회장은 대전피혁 사장으로 일찌감치 계열분리를 했다.

◇ 막오른 후계자 경쟁

조석래 회장은 현재 70세가 넘어 어떻게든 후계구도를 구체화해야할 시기가 온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조 회장은 아직까지 후계구도에 대해 말을 아끼면서 아들 3형제의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업무 분장을 시켜놓고 경쟁을 촉진시키고 있다.

조 회장은 혹독한 경영 수업을 시키면서 그중 경영자의 자질이 가장 뛰어난 아들에게 그룹 경영권을 물려줄 것으로 관측된다. 재계에선 조 회장의 자식 교육을 놓고 강한 새끼를 키우기 위한 사자의 교육법이란 평가를 내리고 있다.

그러나 조 회장의 3형제들이 모두 저마다 탁월한 성취를 보이고 있어 조 회장이 후계자를 결정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우선 지분 구조로 후계구도를 살펴봤을 때에도 누가 유리한지 판단하기 힘들다. 그룹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핵심 주력회사 ㈜효성의 최대주주는 10.29%를 보유한 조석래 회장이다.

뒤를 이어 조현준 부사장이 7.0%, 조현문 전무가 6.62%, 조현상 상무가 6.61%를 보유하고 있다. 3형제의 지분 규모가 엇비슷해 지분 만으로는 누가 후계자가 될지 섣불리 점치기 어렵다.

첫째와 셋째의 나이차가 3살에 불과하다는 점도 후계자를 판단하기 더욱 힘들게 만든다. 세 아들의 학벌과 경력 등을 볼때도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세 사람 모두 175cm를 넘는 훤칠한 키에 호남형이다. 미국 명문대학 출신으로 만능 스포츠맨이란 공통점도 갖고 있다.

◇ 첫째 조현준 부사장, 외환위기 극복 공신

우선 가장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는 이는 무역 퍼포먼스그룹(PG)장을 맡고 있는 첫째 조현준 부사장(사진)이다.

조 부사장은 외환위기 당시 효성의 독특한 사업구조인 퍼포먼스그룹(PG) 경영시스템을 도입했다. 또 효성T&C.효성물산.효성생활산업.효성중공업 등 그룹의 주력 4사를 합병하는 굵직한 구조조정 프로젝트로 위기를 극복하는 기틀을 마련했다.

국내 최초로 연봉제를 도입하기도 했다. 그는 그룹의 최종 의사결정기구인 '경영회의'에 참여하는 등 동생들보다 더 큰 그림을 볼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있다.

경영성과도 뛰어나다. 그가 무역PG를 맡은 뒤 무역 부문 매출도 크게 증대됐다. 효성의 2003년 무역부문 매출은 1조493억원이었지만, 지난해 1조5147억원으로 무려 50% 가까이 증대됐다.

조 부사장은 미국 예일대와 일본 게이오대에서 정치학을 전공했고, 투자은행 모간스탠리에서 일한 경력이 있다. 영어 일어 이탈리아어 등 4개 국어에 능통하다. 직원들은 조 부사장을 카리스마가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렇다고 조 부사장이 안심하긴 힘들다. 두 동생의 추격이 거세기 때문이다.

◇ 둘째 조현문 전무, 핵심 사업부문 전력PU 육성

둘째인 조현문 전무(사진)는 올해 초 효성의 핵심 사업부문인 전력 퍼포먼스유닛(PU)장으로 전진 배치됐다. 조 전무가 맡게된 전력PU는 중공업 PG 산하로 최근 효성은 이 사업부문을 그룹 차원에서 주력 사업군으로 적극 육성하고 있다.

전력PU장은 사장급인 중공업 퍼포먼스 그룹(PG)장인 김재학 사장이 맡았던 직책이라는 점에서 조 전무의 위상을 평가할 수 있다는 후문이다.

조 전무는 미국에서 아메리카일렉트릭파워(AEP)를 비롯한 주요 전력회사들과 잇따라 장기공급계약을 체결했다. 효성은 지난해 7000만 달러의 초고압 전력기기를 수주, 미국 시장 점유율 7%를 달성했으며 2 ̄3년내 10% 이상 점유율을 목표로 삼고 있다.

또 지난 3월 중국 변압기 회사인 난퉁유방변압기유한공사 인수를 진두지휘하며 중국의 초고압 중전기기 시장 공략을 본격화했다. 또 지난 2002년 미쉐린과 7년간 3억5000만달러 규모의 장기공급 계약체결을 주도했다.

조 전무는 미국 하버드 법대 출신으로 미국 변호사 자격증이 있다. 1999년 효성으로 출근하기 전까지 미국 뉴욕주에서 변호사로 활동했다. 3형제 가운데 엘리트 분위기가 가장 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울대 재학당시에는 신해철 등과 함께 '무한궤도'를 결성해 대학가요제에서 대상을 받기도 하는 등 다재다능하다.

◇ 셋째 조현상 상무, 굿이어와 계약으로 화려한 데뷰

막내인 조현상 상무(사진)는 이번 굿이어와의 32억달러 공급 계약 체결로 언론의 화려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조 상무는 효성측 협상단 대표로 탁월한 협상력을 보여줬다.

특히 미국측 협상단 대표인 로라 톰슨 굿이어 부사장과 독대를 통해 협상을 유리한 고지로 이끄는 등 이번 계약을 따낸 일등공신이었다. 이번 협상을 통해 효성은 타이어코드 전세계 1위 업체로의 위상을 더욱 굳히게 됐다.

연세대와 미국 브라운대 경제학과를 나온 조 상무는 컨설팅 업체 베인앤컴퍼니와 NTT도코모에서 근무했다. 아그파 자회사 인수, 메르세데스 벤츠 사업 진출 등도 조 상무가 일궈낸 실적이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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