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부는 강경 입장 고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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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전공노 울산시.부산북구 지부의 합법노조 전환 추진은 조합원들의 집행부에 대한 불신이 표출된 것이다. 정부가 법외단체인 전공노를 7월부터 강하게 압박하면서 조합원들은 신분상 불안을 느끼고 있으나 전공노는 강공일변도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행정자치부는 "9월 22일까지 노동부에 조합 설립 신고를 하고 합법노조로 전환하지 않을 경우 전공노 사무실을 폐쇄하고 반발하는 공무원은 전원 징계하라"고 지방자치단체에 지시했다. "투쟁만 요구하는 집행부를 따라가다 나중에 조합원들만 다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조합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손종학 전공노 울산시지부장은 "내부적으로 합법노조로 전환하자는 논의가 2002년 전공노 출범 직후부터 제기돼 왔으나 강성 집행부에 의해 거부당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울산.부산.경기.경남 대의원들이 전공노 대의원대회에서 합법노조로 전환하자는 안건을 두 차례 제기했으나 묵살됐다. 지난해에는 찬반투표에서 압도적 다수의 반대로 부결됐고, 2일에는 권승복 전공노 위원장이 "지금은 투쟁할 때"라며 상정된 안건을 직권으로 폐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론도 호의적이지 않다. 재작년과 지난해의 잇따른 연가파업 때 "법을 집행하는 공무원이 불법 단체를 결성해 불법 시위에 앞장서면서 시민들에게 법을 지키라고 하기가 민망하다"며 고민하는 공무원이 적지 않았다.

이번 울산.부산북구 지부의 합법노조 전환 추진을 계기로 전공노 이탈 도미노 현상이 벌어질 조짐이다.

울산시지부 관계자는 "(2004년 11월 전공노 파업 때 주력으로 참여한) 울산 중.북구도 합법노조로의 전환에 긍정적인 것으로 안다"며 "이들 지부와 함께 전환 절차를 밟기 위해 우리의 찬반투표 시기를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남 순천시에서는 최근 조합원 10~20명이 무더기로 탈퇴했다.

울산=이기원 기자, 최현철 기자

◆ 전공노(전국공무원노동조합)=깨끗한 공직사회 건설과 공무원의 노동 조건 개선, 정치.경제.사회적 지위 향상 등을 내세우며 2002년 3월 출범했다. 전국의 광역자치단체.국회.법원.선관위 등에 19개 본부를 두고 그 아래에 기관별로 200여 개 지부와 직장협의회가 소속돼 있으며, 6급 이하 공무원 14만여 명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 공무원노동조합법에 노동 3권 중 단체행동권을 보장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노조 설립 신고를 하지 않고 법외노조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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