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쇠고기 추석상에 오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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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쇠고기가 이르면 다음달 추석께 다시 식탁에 오른다. 미국 내 쇠고기 수출 작업장의 위생을 점검했던 정부가 "문제 없다"고 결론을 냈기 때문이다. 미국산 쇠고기가 국내에 다시 들어오는 건 2년10개월 만이다.

◆ 왜 수입 재개했나=농림부는 8일 "미국에서 수출 작업장에 대한 2차 점검을 끝낸 결과 위생 및 광우병 안전관리가 양국이 합의한 조건에 적합하다고 판단했다"며 "이에 따라 36개 작업장에서 도축한 쇠고기 수출을 최종 승인키로 했다"고 밝혔다. 미 쇠고기는 2003년 12월 워싱턴주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서 수입이 전면 중단됐다. 이후 정부는 전문가 회의와 가축방역협의회 등을 열어 30개월 미만의 어린 소와 살코기만 수입하면 문제없다는 판단 아래 올 초 수입 재개를 결정했다.

그러나 지난 5월 미국의 37개 수출 작업장을 점검하던 중 카길.타이슨푸드 등 대형 작업장 7곳에서 문제가 드러났다. 미국산과 타국산 쇠고기를 구분하지 않은 작업장이 6곳, 30개월 이상 된 소를 도축할 때 쓰는 절단 톱을 30개월 이하의 소에게 같이 사용한 작업장 1곳 등이 적발된 것이다.

미국은 국가별로 쇠고기를 분리해 도축하고, 톱을 세척하는 개선책을 내놓았다. 이를 받아들여 정부는 작업장을 다시 점검한 뒤 안전하다고 판단해 수입 재개를 선언했다.

◆ 정말 안전한가=농림부는 도축한 지 30개월이 안 된, 뼈를 제거한 살코기만 수입을 허가했다고 밝혔다. 광우병은 연령이 높은 소에게서 발견되고, 특히 뼈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30개월 미만 소의 살코기는 안전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또 과거에 들여왔던 뼈 있는 갈비와 안창살, 혀.내장 등의 부산물, 소시지 같은 가공육은 수입할 수 없도록 했다.

특히 갈비뼈.꼬리뼈 등은 뼈 속에 들어있는 골수에 광우병 원인체가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정부는 미 쇠고기가 도착하면 뼈와 내장 등 수입금지 물품이 섞여 있는지를 검사할 계획이다.

그러나 낙농육우협회 이승호 회장은 "미국은 도축한 소의 1%만 광우병 검사를 하고 30개월 미만의 소가 안전하다고 보장하는 전문가도 없다"고 지적했다. 또 일본에선 지난 1월 미 쇠고기 수입을 재개한 지 수주 만에 수입금지 부위가 섞여 있는 게 드러나기도 했다. 소비자들도 여전히 광우병을 의심하고 있다. 농촌경제연구원이 최근 대도시 주부 651명을 설문조사했더니 10명 중 9명이 "미 쇠고기가 수입돼도 사먹지 않겠다"고 답했다.

◆ 시장 영향은=2003년 수입된 미 쇠고기는 19만9443t으로 전체 수입 쇠고기의 68%를 차지했다. 특히 미국산 갈비는 소비자들이 즐겨 찾아 당시 수입량이 13만2568t에 달했다. 정부는 이번 조치로 국내 축산업계가 피해를 보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엄격한 수입 조건을 내건 데다 한우의 품질 경쟁력이 높아졌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농촌경제연구원은 미 쇠고기가 수입되면 한우 산지가격이 6~39% 떨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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