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저축은행 부실화 과정 "편법·불법 교과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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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영업정지된 분당 좋은상호저축은행이 부실화 과정은 이렇게 요약된다. 사실상 저축은행이 할 수 있는 불법행위가 총 망라돼 있는 셈이다.

특히 이같은 불법사실은 금융감독원이 무려 4개월에 걸쳐 집중적인 검사를 벌인 뒤에야 밝혀졌다. 그 수법이 얼마나 교묘하고 치밀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최대주주인 임진환씨가 금감원 출신이어서 이미 검사기법을 훤히 꿰뚫고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좋은저축銀, 어떻게 부실화됐나?=좋은저축은행의 출발은 말 그대로 좋았다. 지난 2001년 10월 금융감독원 검사원 출신인 임진환씨가 인수한 이후 불과 8개월만인 2002년 6월 결산에서 회사 자산을 2800억원대(인수당시 400억원대)로 불리고 190억원대의 순익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소액대출이 결국 발목을 잡았다. 좋은저축은행은 인수후 공격적인 여신으로 6개월간 2000억원(10만건)규모의 소액대출을 집행했다. 이는 산술적으로 하루에 840건의 대출을 심사한 셈이다. 부실이 뒤따르는 것은 당연지사.

문제는 소액대출 부실을 만회하기 위해 뛰어들었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가 부실을 가속화시켰다. 투자했던 한 동대문상가건물이 미분양되는 불운까지 겹쳤다.

◇각종 편법 총동원=겉으로 드러난 정황은 이렇지만 이번 검사결과에서 드러난 속내는 각종 위법행위로 얼룩져있다. 먼저 출자자에 대해 60억원이 부당하게 지원됐고 이 가운데 30억원만이 회수됐다.

또한 동일인대출한도를 초과해서 무리하게 대출해 준 결과 958억원의 손실을 입게 됐다. 재무구조가 취약한 업체에 대출을 하면서 제3자 명의를 이용, 동일인 한도가 적용되지 않는 것처럼 꾸미는 수법이 주로 사용됐다.

급기야는 전산까지 조작해 부실화된 소액대출이 정상적으로 상환이 이뤄지고 있는 것처럼 포장하기도 했다. 대출기한을 임의로 연장하거나 기존 대출을 갚고 신규 대출을 받은 것처럼 꾸미는 고전적인 수법이 이용됐다.

이같은 불법행위를 통해 좋은저축은행이 입은 손실만 1491억원에 달한다. 이는 좋은저축은행 전체 여신의 31.5%에 해당한다.

◇제도상 허점 그대로 드러나=좋은저축은행의 사례는 금융감독당국 입장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좋은저축은행의 경우 이미 2003년 2월에 동일인여신한도 위반이 적발돼 임원진 전원교체 명령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이번 검사에서도 동일인 대출한도를 초과했다 부실을 초래한 금액이 무려 958억원에 달하고 있다. 금감원의 제재조치 이후에도 불법행위가 지속적으로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은 대목이다.

이 같은 일이 가능했던 것은 당시에는 저축은행 최대주주가 불법행위를 하더라도 지분매각 명령을 내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임원진이 교체됐지만 최대주주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던 셈이다.

최근 저축은행 주주에 대해 상시 감시체계를 구축하고 처벌규정이 마련됐지만 늦은 감이 없지 않다.

또 하나는 이번 불법행위를 적발하기 위해 무려 4개월이나 집중적인 검사를 벌여야 했다는 점이다. 전산조작 등 치밀하게 이뤄졌기 때문에 적발이 쉽지 않은 측면이 많다. 하지만 금감원 출신의 대주주가 검사 방법에 대해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더 적발이 힘든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금감원의 경우 2급 이상에 대해서만 취업제한 규정이 적용되고 그 이하 직급에 대해서는 규정 자체가 없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저축은행중앙회 전산망 가입을 적극 유도하고 전산조작 징후를 포착하는 프로그램은 연말까지 개발완료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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