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로즈보울 벼룩시장 '북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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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미국 로스앤젤레스 근교 패서디나 로즈보울(Rose Bowl) 구장에서 매달 둘째 일요일 열리는 플리마켓(Flea Market)은 "벼룩시장 중의 벼룩시장"으로 불린다.

여름철 재고품이 한꺼번에 쏟아진 지난 12일 로즈보울 구장은 싼값에 내년 여름을 준비하려는 시민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로즈보울 마켓은 1968년부터 35년간 이어져온 미국 서부의 대표적 벼룩시장. 관리업체 측은 "매번 가게 2천2백여개가 문을 열고 물건 1백만점 이상이 좌판에 깔린다"고 자랑한다. "로즈보울 마켓에 없으면 미국에서 구할 수 없는 물건"이라는 말도 있다.

로즈보울 구장을 따라 둥글게 둘러서는 벼룩시장은 물품 종류와 손님들이 얼마나 찾는지에 따라 자리가 정해지므로 이에 따라 임대료는 하루 50달러에서 1백50달러 정도로 차이가 난다. 그러나 취급 품목과 장소를 미리 신청해야 겨우 자리를 배정받을 만큼 인기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곳은 각종 수공예품을 취급하는 아트 앤드 크래프트(Art & Craft) 장터. 직접 염색한 티셔츠, 유리로 만든 촛대, 알록달록한 구슬공예품, 손바느질로 만든 인형, 도자기, 그림 등을 판다. 구장 뒤쪽에 위치한 이 장터에는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제품을 사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든다.

오렌지 장터에는 골동품이 몰려 있다. 서부 개척시대의 욕조에서부터 오래된 축음기, 뽀얗게 먼지가 앉은 라디오와 LP, 반질반질한 손때가 낀 고가구들로 넘쳐난다.

톡톡 튀는 개성을 찾으려면 화이트 장터로 가야 한다. 너무 낡아 '저걸 입을 수 있을까' 싶은 해진 청바지에서부터 첨단 디자인의 티셔츠와 스카프까지 형형색색의 옷과 액세서리들이 새 임자를 기다린다.

"로즈보울 마켓의 참맛을 보려면 게을러선 안 된다"는 게 LA 주민들의 삶의 지혜다. 마음에 드는 물건을 싸게 사려면 새벽부터 서둘러야 한다. 오전 6시 장이 열리고 오후 3시에는 파장하기 때문이다. 새벽에는 손님보다 가게 주인들이 더 바쁘다.

다른 가게에서 쓸 만한 물건이 눈에 띄면 재빨리 사들여 웃돈을 얹어 되팔려는 것이다. 로즈보울 마켓의 입장료가 오전 6~7시 15달러, 오전 9시 이후에는 1인당 7달러(12세 미만은 무료)로 내려가는 것도 이 때문이다.

LA미주본사=양경아 기자, 사진=LA미주본사 전홍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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