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배 오늘 16강전 이창호 "초심으로 중국 꺾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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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5일의 전야제에서 한국의 젊은 기사들이 맥주로 건배하며 승리를 다짐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영훈 9단, 박정상 9단, 윤준상 4단, 최철한 9단, 조한승 9단, 고근태 5단, 안달훈 7단, 백홍석 4단. [한국기원 제공]

세계 32명의 고수가 다시금 대전에 모였다. 삼성화재배 세계오픈이 6일 본격적으로 막을 올린 것이다. 절세의 지략을 지닌 32강 중에서도 '세계 최강자' 이창호 9단의 회포는 남다르다. 지난해 그는 이 대회에서 결승에 올랐으나 중국의 속기 천재 뤄시허(羅洗河) 9단에게 패배했다. 세계대회 결승에서 외국 기사에게 단 한 번도 패배하지 않았던 이창호의 신화가 무너지고 말았다.

중국은 삼성화재배가 시작된 지 10년 만에 처음 우승컵을 안았다. 이창호는 한국보다 중국에서 더욱 신적인 존재였는데 중국기사가 그 이창호를 꺾고 우승하자 중국대륙은 환호로 뒤덮였다.

5일 저녁 삼성화재 유성연수원에서 열린 개막식에서 이창호 9단은 "삼성화재배 초창기에 성적이 참 좋았다.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고 임전 소감을 털어놓았다. 이창호는 1997년, 98년, 99년에 3연속 우승했다. 그러나 이제 무적군단 이창호의 시대는 조금씩 쇠퇴하고 그 틈을 타 오랜 세월 공한증(恐韓症)에 시달리던 중국바둑이 기를 펴기 시작했다.

6일 열린 32강전(1회전)에서도 중국은 11명 중 8명이 승리해 17명 중 7명이 승리한 한국을 압도했다. 이창호 9단은 강적 후야오위(胡耀宇) 8단을 격파하고 첫번째 난관을 돌파했으나 후지쓰배 우승자 박정상 9단이 중국랭킹 1위 구리(古力) 9단에게 꺾이는 등 대 중국전에서 3승8패로 크게 밀렸다. 그러나 한국은 이창호와 함께 이세돌 9단, 최철한 9단, 박영훈 9단 등 '4천왕'이 모두 1회전을 통과해 반격을 위한 전력은 충분한 상황이다. 이 외에 와일드 카드로 출전한 서봉수 9단이 노장 중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았고 신예 고근태 5단과 백홍석 4단도 16강전(2회전) 진출에 성공했다.

프로 1년생으로 본선진출에 성공해 크게 기대를 모았던 두 초단(김형우, 배준희)은 세계바둑의 높은 벽을 극복하지 못하고 아쉽게 동반 탈락했다. 4명이 본선 티켓을 얻었던 일본은 야마시타 게이고(山下敬吾) 9단 한사람만 16강전에 올라 간신히 전멸을 면했다. 16강전은 8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유성=박치문 전문기자

◆ 16강전 대진표

▶이창호 9단-왕야오 6단

▶이세돌 9단-저우허양 9단

▶최철한 9단-구리 9단

▶박영훈 9단-창하오 9단

▶서봉수 9단-천야오예 5단

▶고근태 5단-위빈 9단

▶백홍석 4단-뤄시허 9단

▶야마시타 9단-박문요 5단

◆ 32강전 결과 (왼쪽이 승자)

이창호 9단-후야오위 8단=흑 불계승▶이세돌 9단-판웨이징 초단=백 11집반승▶고근태 5단-조치훈 9단=흑 불계승▶서봉수 9단-장웨이 5단=백 불계승▶최철한 9단-고노린 8단=흑 불계승▶박영훈 9단-루이나이웨이 9단-백 불계승▶백홍석 4단-김수준 7단=흑 불계승▶왕야오 6단-조훈현 9단=흑 불계승▶구리 9단-박정상 9단=흑 불계승▶위빈 9단-김형우 초단=흑 2집반승▶뤄시허 9단-윤준상 4단=백 불계승▶박문요 5단-유창혁 9단=백 불계승▶천야오예 5단-강동윤 5단=흑 불계승▶야마시타 9단-조한승 9단=흑 3집반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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