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노하우 무료 사이트 '공신' 보도 이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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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 보니 저희 사이트에 12만 명이 몰려와 있더라고요. 학습법을 절실해하는 학생들이 이렇게 많은 데 놀랐습니다."

서울대 등에 재학하는 '공부 귀신'들이 고교생 후배들을 위해 만든 공부 사이트 '공신'(www.gongsin.com)이 본지(9월 1일자 1면)에 소개된 지 일주일. 이 사이트를 운영하는 대학생 9명은 "자고 일어났더니 유명해졌다"는 영국 시인 바이런의 말처럼 하루아침에 유명 인사가 됐다.

사이트의 첫 제안자이자 운영자인 강성태(23).성영(19) 형제는 "태어나 가장 바쁜 일주일을 보냈다"고 말했다. 사이트 개설 기간 중 1000명이었던 접속자는 보도 이후 하루 만에 12만 명으로 늘어났다. 가입자가 폭주해 사이트는 다운됐다가 복귀되기를 반복했다. 성태씨는 "겁이 나고 괜히 시작했나 후회될 정도로 반응이 폭발적이었다"며 "무엇보다 사용자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료 사이트 '공신'을 만든 7명의 우등생. 안성식 기자

◆ '성공 바이러스'만들어 냈다=공신 사이트의 홈페이지에는 기대와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논술.내신.수능이라는 세 가지 짐을 진 소위 '죽음의 트라이앵글 세대'(2008년 이후 대입 응시생) 학생과 학부모의 관심이 컸다. "공신님 덕분에 의문이 확 풀렸습니다. 저도 열심히 해 공신 멤버 될게요(정유리)" "이곳에만 들어오면 가슴이 공부에 대한 열의로 불타오릅니다(정민구)"라는 학생부터 "학원에 못 보내 미안했는데 희망을 찾았다며 딸이 더 기뻐합니다(김선화)" "당신들이 영웅입니다(박성만)" 등 학부모들의 반응이 이어졌다. 강씨 등의 서울대 친구들도 발벗고 나섰다. 17명이 '명예 공신'으로 합류했다.

인기 비결은 학생 눈높이에 맞춘 '형'과 같은 솔직한 비법이다. 성태씨는 "학생 입장으로 돌아가 궁금했던 것을 질문받아 본 결과 ▶노트 필기법 ▶시간 관리법 ▶인터넷 강의 올바른 선별법 ▶시험 당일 마인드컨트롤 등 가장 고민되는 12개 항목이 나오더라"며 "학교 선생님에게 직접 물어볼 수 없는 질문, 학원가의 상술에 얽매이지 않는 법 등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 "장사하려는 게 아니다"="함께 일하자"는 제안도 쏟아지고 있다. 성태씨는 "사교육 업체나 인터넷 포털에서 교육사업을 같이하자는 전화가 셀 수 없이 많이 걸려온다"고 말했다. 그는 "'학원.출판사 등 어떤 곳의 간섭도 받지 않는다'는 게 사이트에도 공시한 우리의 대전제"라며 "어떻게 하면 이 사이트를 무료로 계속 운영해 후배들을 도울 수 있을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이들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사람들도 있다. "강의를 들으려면 보증금 2만원을 내야 한다는데 결국 돈 벌려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성영씨는 "우리는 장사를 하는 게 아니다"며 "보증금 2만원을 후원금으로 기부하는 분도 있는데 그 기부금은 전액 인터넷조차 설치되지 않은 외딴 지역 학생들을 위해 사용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원진 기자<jealivre@joongang.co.kr>
사진=안성식 기자 <anses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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