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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개방 두려워할 필요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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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반대론자들도 인정하듯이 이미 우리 교육은 상당 부분 개방돼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공교육은 개방하지 않는다는 정부의 협상안대로라면 적어도 교육부문에선 우리가 크게 잃을 것이 없다. 오히려 우리 교육의 경쟁력을 높이고, '우물 안의 개구리'식 교육을 탈피할 수 있는 자극이 될 수 있다.

미국은 2차 협상에서 밝혔듯이 한국의 공교육에는 관심이 없고, 고등교육.성인교육 분야에 국한해 협상하겠다고 선언했다. 협상이 상황에 따라 시시각각 달라지는 점을 감안해도 이미 밝혀진 큰 틀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을 것은 분명하다. 미국이 한국의 공교육까지 넘보면 득보다 실이 더 많을 가능성이 있어서다. 현재 우리 유학생은 약 20만 명에 이르고, 그중 30%가 미국으로 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무리하게 우리 공교육 개방을 욕심낼 이유가 없다. 미국이 우리 공교육을 건드려 얻을 것이 없는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우리 대입에서 미국 SAT(대학수학능력시험)를 전형요소로 요구할 것이란 주장도 논리의 비약이다. 마치 처녀가 결혼만 하면 틀림없이 쌍둥이를 낳게 될 것이라는 비약과 다를 바 없다. SAT를 비롯해 미국 유명 대학 입학시험에 대비한 교과가 우리 공교육에 생겨날 것이란 주장도 마찬가지다.

고등교육.성인교육 부문도 크게 영향을 받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현재 가장 큰 시장인 토익.토플시장이 완전 개방돼 있고, 고등교육에 대해서도 미국이 직접투자할 가능성이 희박한 것이 현실이다. 오히려 이런 정도의 개방이라면 우리 교육의 체질 개선은 물론 교육의 질을 한 차원 높일 수 있는 심리적 자극제가 될 수 있다.

현재 우리 교육의 문제는 전적으로 세계 교육의 흐름과 유리돼 발생한다. 이제는 개방을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우리 교육에 약이 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한병선 교육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