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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공산국 쉽게 몰락 않을것”/김경원 전대사 미 국방대 연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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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소 그늘의 동구권과 달리 자체 생존기반/북한이 가장 취약… 경제개혁 조짐도
김경원 전 주미대사는 1일 소련군의 보호로 지탱해 왔던 동구 공산정권들은 소련군의 개입포기 의사가 천명되자 마자 몰락,민주화 물결이 일고 있지만 아시아의 공산국가들은 자체적인 생존기반을 갖고 있기 때문에 동국권에서처럼 쉽게 몰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사회과학원장인 김전대사는 이날 워싱턴 포트 맥네어기지에서 개최된 미국방대학주최의 아­태지역 안보심포지엄에서 연설을 통해 아시아 공산국가들중에서는 가장 취약한 북한정권은 고르바초프의 개혁정책에 정면으로 반대할 수 없기 때문에 최근 남북대화를 거듭 제안하는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전대사의 연설요지.
유럽에서 서구는 바르샤바조약기구라는 통합된 단 하나의 위협적인 존재를 갖고 있었다. 따라서 유럽에서 공산제국의 몰락은 서방측에 대한 위협을 직접적으로 감소시킨 이유가 된다. 그러나 아시아에서는 처음부터 단일의 위협요소가 없었기 때문에 대칭적인 민주ㆍ공산진영간의 위협요소가 존재하지 않았다.
아시아에서 위협요소가 다양한 점을 감안할 때 유럽과 달리 아시아에서는 불행히도 군사적 위협의 감소가 일어날 수 없었다. 단지 중소국경간의 긴장이 완화됐을 뿐이며 나머지 지역의 상황은 종전보다 더 불확실해졌다.
중국공산당과 베트남공산당은 그들이 투쟁을 통해 정권을 잡은 것이지 소련군의 도움으로 정권을 잡은 것은 아니다. 따라서 중국과 베트남이 폴란드ㆍ헝가리ㆍ체코의 전철을 따를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북한의 김일성은 초기에 소련군에 의해 정권을 잡았으나 자신의 위치를 굳히기 위해 신속하게 친소파와 친중파를 제거하면서 소련과 거리를 두어왔다.
소련이 북한의 후견인 역할을 해 온 것은 사실이지만 김일성은 정권존립에 소련의 힘을 빌리지 않았다. 북한에서 동구식의 드라마가 쉽게 벌어지리라고 예측하는 것이 잘못이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러한 아시아 공산정권들중에서도 북한이 가장 취약점을 안고 있다. 그 이유는 ▲국내기반이 가장 취약하고 ▲한반도의 분단상태 ▲김일성 부자의 권력승계 등 때문이다.
북한은 동독이나 폴란드식의 개혁을 추진할 것 같지 않다. 북한이 그들의 경제문제에 대해 모종의 조치를 취하려는 조짐이 있으나 경제개혁에 따른 위험을 감수하겠다고 결론지은 것으로 생각할 수 없다.
미국의 대아시아 정책과 관련,미국이 유의해야 할 3개항이 있다. 첫째는 유럽을 아시아와 혼동해서는 안된다. 동구사태에서 오는 행복감과 평화의 분담금에 대한 기대치로 인해 미국내의 분위기가 유럽과 아시아의 차이점을 무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둘째는 아시아주둔 미군이 성급하게 대폭 감축되도록 해서는 안된다. 소련측의 감군조치에 부응,미군이 철수하거나 대규모 감축되면 판도라상자를 여는 것과 같다.
셋째는 아시아에서 안정된 미군사 태세가 필요하다고 해서 정치적 또는 군사적으로 현상에 안주해서는 안된다. 현상을 고정시키려는 정책은 소련의 평화공세를 거부하는 보수적인 태도로 간주될 우려가 있다.【워싱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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