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서갑 보궐선거 어떻게 될까(뉴스단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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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시위떠난 화살”… 정호용씨 출마/민자서 후보내면 백중세 예상/소외파들 호응땐 거여 첫 시련
5공청산문제로 의원직을 사퇴했던 정호용 전의원의 무소속 출마선언은 통합 민자당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정씨의 출마는 민자당이 겪는 첫 시련일 뿐 아니라 선거결과에 따라서는 보수권의 판도에까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여 대구서갑 보궐선거에 정가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보궐선거는 오는 4월5일께로 예정되어 있어 선거공고가 16∼18일께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정씨가 과연 후보등록을 할 수 있을지,민자당은 어떤 후보를 낼지,승부가 어떻게 판가름날지 주목된다.
○대사직등 권유설
○…정씨의 무소속 출마는 거의 예정되어 있다시피한 일.
정씨는 의원직 사퇴처리가 된 후 한때 용평에 은둔해 있다가 정계개편 직전 자신의 출마의사를 당시 민정당측에 통고했었다.
정씨는 그가 의원직을 사퇴할 때 노태우 대통령이 대구서갑 보궐선거에 민정당 후보로 재공천 하겠다고 약속한 점,민정당 중진들도 이를 보증한 점을 환기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민정당측은 확실한 언질을 미루다가 3당통합후에는 여러 경로를 통해 『사정이 달라졌다』는 점을 설명하면서 정씨가 조용히 있어 주도록 묵시적인 의사를 전달.
이와 관련해 주일 또는 주영대사직을 권유했다는 소문도 돌았으나 정씨는 『나 개인의 보신을 위한 공직은 맡지 않겠다』고 거절했다는 것.
정씨의 출마설에 대해 민자당의 실세로 부상한 박철언 정무장관이나 박준병 사무총장은 반대의사를 명확히 했고,박태준 최고위원대행ㆍ유학성 대구경북도지부장 등을 통해 소극적인 입장을 전달.
정씨는 정부ㆍ여당의 회유와 압력에 대해 여러가지로 고민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지난 2월20일께 대구서갑의 지지자들이 1천2백명의 지지자 서명을 받아 출마를 종용하자 최종 결정을 했다는 것.
정씨의 가족들은 이미 지난달말 대구서갑으로 주민등록까지 옮겨갔고 그동안 유성ㆍ부곡 등에서 당원들과 접촉하던 정씨도 28일 대구로 내려가 경주에서 최종출진 준비를 점검.
○노­박 흐름 거부감
○…정씨가 무소속 출마를 하면 민자당이 과연 후보를 낼지,낸다면 어떤 수준으로 낼지가 관심거리.
민자당이 일단 후보를 내면 민자당으로서는 통합후 첫 선거인데다 민정계의 홈그라운드인 만큼 반드시 승리하지 않으면 안될 부담을 안게 된다.
민자당이 총력을 기울이면 가능한 모든 행정력이 동원될 것으로 보여 정씨와는 백중세가 될 것이라는 게 정씨ㆍ민자당 양측 모두의 전망.
선거가 백병전이 되면 양측이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할 것으로 보여 정씨의 사퇴과정과 노대통령의 위약 등이 폭로될 가능성도 있으며 야당측도 민자당에 대한 타격을 노리고 정씨를 부추길 가능성도 있어 파아가 뒤섞이는 혼전양상이 예상된다.
평민당은 정씨의 출마에 대해 광주문제를 호도하는 것이라고 비난성명을 낸 바 있지만 뒤로는 정씨의 당선으로 인한 민자당의 타격을 바랄 것이며 민주당은 그들의 입지를 시험하기 위해 야권 단일후보를 내겠지만 민자당 공격에 치중할 것으로 보고있다.
가장 관심을 끄는 부분은 민자당이나 여권내부의 비주류 연합전선의 형성 가능성.
이미 지난번 선거에서 공천에 탈락되는 등 소외됐던 권익현씨등은 정씨에 대한 지원입장을 공공연하게 밝히고 있고 TK 내부에서도 정씨 지원파와 민자당 지지파가 갈릴 가능성이 있다.
일부 대구­경북 출신 의원중 5공계로 분류돼 박철언계에서 소외된 의원들은 민자당 후보지원은 커녕 오히려 정씨측으로 기울 수도 있으며 5공청산 과정에서 정치권 밖으로 밀려난 백담사파도 이번 선거를 새로운 정치세력 규합의 계기로 삼을 의도를 갖고 있어 노­박철언 중심의 여권 흐름에 반대하는 연합전선이 형성될지도 모른다는 관측.
때문에 민자당으로서는 정씨를 자못 긴장된 시각에서 주시하고 있는데 우선 정씨를 마지막까지 설득해 보면서 대책을 강구해 나갈 작정이어서 민자당의 다음 수순이 주목된다.<대구=김현일기자>
◎정호용씨와 일문일답 “여 공천권자에 부담 안주려고 탈당 결심/나 자신과 지지자 명예회복 위해 최선”
정호용 전 의원이 2일 기자회견을 갖고 민자당을 탈당,무소속으로 대구서갑 보궐선거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탈당의 가장 큰 이유는.
『항간의 소문에도 신경이 쓰였지만 우선 무수속 출마의 자유를 가짐으로써 공천권자에게 3당합당 이후의 부담을 덜어주고 싶었고 현재 당내 기류로 볼 때 나 자신이 이번 보궐선거에서 민자당 공천을 받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탈당과 무소속 출마는 노태우 대통령의 통치권에 대한 도전이 아닌가.
『통치권에 대한 도전의도는 전혀 없다. 이번 출마가 탈당을 전제로 한 것이지만 출마하기 위한 선언적 의미밖에 없다. 민정당이 그대로 존속해 있다면 몰라도 현 시점에서는 탈당이 현명한 것이라고 본다』
­무소속 출마로 당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가.
『지구당 조직이 와해된 마당에 당선 가능성의 판단은 어려우나 3당합당이후 민자당의 공천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게 아닌가. 다만 공직사퇴이후 나를 뽑아준 유권자들에게 항상 죄송스럽게 생각해 왔으며 비록 정치적 이유로 사퇴했지만 이번 기회에 지역구민들을 비롯한 대구 시민들에게 진 빚을 갚겠다는 결심을 했다』
­항간에 여권에서 만일 정씨가 무소속 출마할 경우 민자당 공천자를 상대적으로 지지기반이 약한 사람으로 공천한다는 이야기도 들리는데.
『이미 여권과 인연을 끊은 마당에 그러한 것은 기대하지도 않고 다만 나 자신과 유권자들이 그동안 받은 상처와 명예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할 뿐이다.』
­만일 당선된다면 다시 민자당에 입당할 가능성이 있는가.
『무엇보다 당선여부가 중요하지 않은가. 짧은 정치생활이었지만 나 자신이 야당성향은 아닌 만큼 국가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면 입당할 생각이다.』
­이것이 무소속 출마 선언으로 봐도 좋은가.
『알아서 생각해달라. 당원들이 무소속으로라도 출마할 것을 권유해왔다. 28일 대구에 내려와 당선 가능성을 점검해 보고 탈당을 결심했다.』
­3당통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 문제에 대해서는 말하고 싶지 않다.』
­지금의 심정은.
『그동안 너무 이 문제로 신경을 써 건강까지 해쳤다』
정씨는 무소속출마 결심을 밝히면서도 『오늘의 회견이 출마선언은 아니며 그런 뜻』이라고 하는 등 약간 꼬리를 다는 표현을 썼다.
정씨는 노대통령과의 최후 면담가능성을 남겨두려는 인상을 풍겼는데 노대통령에 대한 언급은 가급적 회피.
그는 탈당에 대해서는 공천권자인 노대통령의 부탁을 들어주겠다고 해 노대통령과 최종담판을 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노대통령을 싸움터에 끌어들이지는 않겠다는 눈치.<대구=이용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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