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정풍 거센 체코대학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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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공산당정권 이후 체코 대학가에 교육개혁 바람이 거세게 불고있다.
지난 40년 동안 체코공산당은 대학교육내용은 물론 교수임용에 이르기까지 철저히 간섭, 정부에 비판적인 수많은 교수들이 강단에서 강제로 물러나야 했다.
민주화개혁이후 과도연립정부는 정부 내에 교육개혁위를 설치, 교육과정·교수임용에 대한 대수술에 착수했다.
이에 따라 구정권하에서 부와 명망등 갖은 혜택을 누려오던 교수들이 강제퇴직 또는 대기발령중이며 대신 쫓겨났던 반체제 교수들이 강단으로 복귀했다.
이중 가장 극적인 경우가 카프라·카프로바 부부교수의 예.
카를로바 대학의 교수였던 이들 부부는 지난68년 체코민주화시위 때 바르샤바조약군의 침공을 기점으로 서로 상치된 길을 걸어야 했다.
당시 공산당은 시위대를 무력 진압한 후 모든 대학교수들에게 바르샤바군 침공을 인정하는 서명을 요구, 이를 받아들인 카프로바 여사는 줄곧 마르크스-레닌주의 철학강의를 담당해왔다.
반면 저명한 사회학자였던 카프라교수는 서명을 거부, 대학에서 쫓겨났다. 그의 저서중 일부는 금서로 분류돼 출판이 금지됐다.
카프라교수는「사회적 장애자」로 낙인찍혀 학생들과의 접촉마저 저지 당했으며 20년 동안 보건대학교수들의 논문을 대필하는 수치를 당하며 겨우 연명해왔다.
그러나 교육개혁운동이후 상황이 역전됐다. 승승장구하던 그의 부인은 카를로바 대학에서 다른 23명의 교수와 함께 강좌 자체가 폐지된 채 퇴직 당했으며 카프라교수는 이 대학에서 사회학을 다시 강의하게 됐다.
이 같은 혁명적인 교수숙청은 학생들의 교육경품운동에 힘입은바 크다.
학생들은 정치적인 잘못과 비행을 이유로 수백명의 마르크스-레닌주의 철학교수들을 강제퇴직 시켰다. 이와 함께 4년내 학점이수를 못하면 졸업하지 못하던 엄격한 학칙을 개정, 7년 안에만 이수하면 되도록 했다.
특히 창조정신이 강한 예술대학의 개혁운동은 더욱 거센 편으로 새로운 학장을 학생들이 「옹립」하기까지 했다.
파인 예술 대학생들은 최근 전체 정교수 20명중 18명을 퇴직시키는 한편 예술 지상론자인 밀란 크니자크교수(50)를 교수들의 반대에도 불구, 만장일치로 학장으로 선출했다.
학생들은 추방당한 교수들은 상상력이 결핍돼있고 진부한 강의방식으로 자신들을 실망시켜 왔다고 비난했다.
부학장이며 조각교수인 지리 크리스투페크교수는 예술성보다는 「사회주의 건설에 대한 예술가의 임무」만을 강조, 국가행사 기념메달·조각품제작을 도맡아 학생들의 적개심을 사기까지 했다.
이에 비해 크니자크 학장은 머리카락을 어깨까지 늘어뜨리며 귀걸이까지 한 이례적인 자유주의자로 『예술가는 자신에게만 책임진다』고 주장하며 공산당 예술정책에 반기를 들어온 반체제 인사다.
크니자크 학장은 취임 즉시반체제 철학·예술·비평가로 구성된「문화위원회」를 구성, 학점 제도를 폐지하고 졸업 연수를 연장시키는 등 학사행정을 대폭 수정했다.
이런 해직사태에 대해 숙청 당한 교수중 일부는 자신은 애꿎은 피해자라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무능력을 이유로 정부 교육개혁위의 해직자 명단에 낀 체코기술대학 바츨라프 베란 교수는 『몇년전 교조적인 소련경제 강의시간 확대 안에 반대하는 항의문에 서명, 문책 당해 전공인 경영·컴퓨터과학에서 지루한 순수경제학을 맡게 됐는데 아무도 모르고 있다』며 항변했다.
이처럼 불만의 소리가 높아지자 하벨 대통령은『오직 정치적·도덕적 결함이 있는 교수만이 강단을 떠나야할 것』이라며 『과거 공산당 하에서의 무자비한 숙청이 되풀이되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체코대학들도 40년의 어둠에서 벗어나 대학 본연의 모습을 되찾기 위해 뼈저린 진통을 겪고있는 것이다. <오장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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