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철 전셋집이 동났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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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있는 한 부동산중개업소의 관계자가 전세물건 안내판을 내걸고 있다.(자료사진=중앙포토)

부동산 규제로 새로 분양되는 아프트가 줄면서 수도권에서 전세대란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한국일보가 6일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서울 일부 강북지역의 30평형대 아파트는 최근 1년새 전세가격이 최고 7000만까지 올라 전세대란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달말 전세계약이 만료되는 주부 홍선주(38.서울 구의동)씨는 새 전셋집을 구하느라 진땀을 흘려야 했다. 집주인이 전세금을 5,000만원이나 올리는 바람에 다른 집을 찾아 나섰지만 주변 아파트들도 이미 전셋값이 크게 오른 데다, 물량도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홍씨는 "근 두 달 만에 지금 살고 있는 집에서 꽤 떨어진 노유동 아파트를 간신히 얻고서야 시름을 덜었다"고 푸념했다.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서울 강북과 경기지역 등 수도권 일대에 전세대란 조짐이 일고 있다. 2003년 재건축 규제를 골자로 하는 10.29 대책이후 분량 물량이 급감한 데다, 집 주인들은 작년 8.31대책에 따른 보유세 부담을 우려해 전세를 월세로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지난 3.30대책으로 대출규제가 강화되고, 청약제도가 무주택자에게 유리해지면서 기존 세입자들은 내 집 마련을 미루고 있다. 반면 쌍춘년을 맞아 신혼 집 수요는 크게 늘어났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시내 출퇴근이 용이한 마포구의 경우 30평대 아파트 전셋값이 1 ̄2년 전에 비해 3,000만 ̄7,000만원 정도 올랐다. 노원구와 광진구 일대 30 ̄40평대 아파트들 역시 같은 기간 2,000만 ̄7,000만원 가량 상승했다. 강서구 방화동의 35평형대 아파트도 전세금이 연초보다 2000만원 가량 뛴 9,000만원 수준을 보이며 강세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0.3% 하락했던 서울의 전세가격은 올 들어 8월까지 4.6%나 상승했다.

경기지역도 상황은 비슷하다. 용인시 일대는 동백지구 입주가 마무리되면서 전세 물건이 달려 신봉동 34평형의 경우 지난 6월 1억2,000만원에서 현재 1억5,000만원까지 올랐다. 50평형대 전세도 지난 여름 1억8,000만원이던 것이 최근 2억원을 호가한다.

안양 평촌신도시 범계역 인근의 한 부동산중개업자는 "신혼 살림을 마련하겠다며 찾는 사람들이 많지만 실제 계약이 이루어지는 것은 1주일에 한 건이 채 안될 정도"라고 말했다.

특히 이 같은 전세난은 입주물량 감소로 갈수록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스피드뱅크에 따르면 이 달 서울 입주물량은 2,813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3,166가구)에 비해 10%이상 줄었다. 10월에도 입주물량은 1,794가구로 지난해 10월(4,320가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전망이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부동산연구소장은 "10.29 대책 이후 서울 분양물량이 급감했던 것이 이제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등 각종 규제정책으로 전세가격이 급등하고 있다"며 "하반기에 자칫 전세시장에 큰 혼란이 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뉴스digit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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