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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반도체가 이길까 휴대전화가 이길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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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이기태(58) 정보통신 총괄 사장과 황창규(53) 반도체 총괄 사장. '한국의 간판 기업' 삼성전자를 이끌어 가는 핵심 중의 핵심 경영자다. 두 사람은 좋은 라이벌이다. 나란히 1999년 부사장, 2001년 사장으로 승진했다. 삼성전자의 양대 주력사업인 휴대전화와 반도체를 각각 맡아 세계적 경쟁력을 갖게 했다.

나이는 이 사장이 황 사장보다 다섯 살 많다.동아일보는 6일 두 사람이 삼성전자를 총괄 지휘하는 윤종용 부회장의 후임 자리를 놓고 물밑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윤 부회장은 1997년 1월 대표이사 사장, 2000년 1월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10년 가까이 '윤종용 체제'가 이어져 온 점을 감안하면 '포스트 윤종용'에 대한 관심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경우 가장 가능성이 높은 임원이 이 사장과 황 사장이고 두 사람도 은연중 이를 의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신문은 막상막하의 뛰어난 실적을 보이며 '선의의 경쟁'을 벌이는 이 사장과 황 사장은 경쟁과 협력을 통해 삼성전자 발전을 이끄는 이들의 행보가 요즘 부쩍 바빠졌다고 지적했다.

◇4세대 이동통신 vs '황의 법칙'

밖으로 드러난 최근의 움직임은 이 사장이 더욱 적극적이다. 지난달 미국에 삼성전자 독자 기술인 휴대인터넷(와이브로)을 진출시키는가 하면 제주에서 열린 '삼성전자 4세대(4G) 포럼'에서 4세대 이동통신을 성공적으로 시연해 각광을 받았다. 원화환율 하락(원화가치 상승) 등으로 한동안 주춤했던 휴대전화 실적도 울트라폰 등 새로운 휴대전화를 통해 만회하려는 기세다. 황 사장의 움직임도 만만찮다. 그는 '40나노 32Gb(기가비트) 낸드플래시 메모리' 개발 작업을 끝내고 이달 중 발표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황 사장이 2002년 발표한 '황의 법칙'이 또다시 실현되는 것이다. 그는 '해마다 반도체 집적도가 두 배씩 성장한다'는 '황의 법칙'을 발표한 이후 지난해 '50나노 16Gb 낸드플래시'까지 이 법칙을 증명해 왔다. 반도체업계의 오랜 공식이었던 '무어의 법칙'(반도체 성능은 1년 6개월마다 두 배가 된다)을 뛰어넘은 '메모리 신(新)성장론'이다.

◇캐시 카우 vs 미래의 성장 동력

이 사장과 황 사장 사이에는 미묘한 경쟁 기류도 흐르고 있다. 지난달 제주 '4G 포럼'에서 만난 이 사장은 "황 사장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맡고 있는 분야가 완전히 다른데 무엇을 평가하겠느냐"고 말을 아꼈다. "그럼 황 사장과 친한 사이냐"고 묻자 "사장끼리 친하고 말고 할 게 뭐 있느냐"고 했다. 황 사장은 최근 사석에서 "이 사장이 이끄는 휴대전화 사업은 시장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언제든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반도체 부문은 독자적인 메모리 회로선폭 기술을 갖고 있어 시장을 리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부문의 기술력이 휴대전화 부문보다 한 수 위라는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휴대전화와 반도체 부문 실적은 서로 다른 두 사업의 특성을 보여 준다. 매출은 휴대전화 부문이 18조8300억 원으로 반도체 부문(18조3300억 원)을 앞섰으나 영업이익률은 반도체 부문(30%)이 휴대전화 부문(12%)을 앞섰다. 반도체 부문이 설비투자에 6조3300억 원을 쏟아 부은 반면 휴대전화 부문의 설비투자액은 2700억 원이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휴대전화 부문은 삼성전자의 현금 흐름에 기여하는 '캐시 카우(Cash Cow.수익 창출원)'인 반면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반도체 부문은 삼성전자의 '미래의 먹을거리'"라고 말했다.

◇저돌적 뚝심형 vs 합리적 수재형

이 사장과 황 사장은 모두 전기공학 전공의 엔지니어 출신으로 기술 개발을 중시한다. 또 둘 다 비즈니스 감각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다른 점도 있다. 이 사장은 인하대 전기공학과를 나와 1973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이후 통신분야에서 한 우물만 판 '뚝심형'. 과감한 추진력으로 삼성전자의 '휴대전화 신화'를 이끈 그는 진솔하면서 때로 고집스럽다는 평도 듣는다.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나와 미국 매사추세츠주립대에서 박사학위를 딴 황 사장은 합리적 수재형으로 말솜씨가 뛰어나다. 삼성전자가 파격적 처우를 약속하는 'S급 해외 인재'로 채용해 공들여 양성한 '스타급 CEO'이기도 하다.삼성전자 관계자는 "회사 내부에선 이 사장과 황 사장의 성향을 절반씩 섞어 나누면 완벽한 '삼성전자의 차세대 리더'라는 말이 있다"면서 "두 사람 간의 선의의 경쟁이 회사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digit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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