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단골집 『아리랑관』<인천 송림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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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국물이 넉넉한 음식을 선호하는 편이어서 탕 아니면 찌개라는 글자가 붙은 점심을 즐겨 찾는다. 식성이 변했다는 젊은 세대도 국수종류는 끼니로 치나 햄버거나 튀김 닭은 간식으로 여기는데 이것도 국물 때문인 것 같다.
나도 그런 식성인데다 나이마저 들고 보니 점심에 자주 인천시 송림동「아리랑관」(032-764-3322)에 들러 내장탕을 먹곤한다. 맛이 희한하고 양도 푸짐해 5∼6년째 단골로 다니고 있다.
내장탕은 김이 무럭무럭 나는 뚝배기에 나오는데 빨갛게 물든 기름방물과 들깨가 푸짐한 건더기가 있는 모습이 왈칵 토속적인 흥취를 발산한다.
국물이 제법 진하고 고루 섞여 있는 양·곱창, 대창, 허파등은 알맞게 물러 연하면서도 탄력있게 씹히는 감촉과 제각기 다른 내장의 특미가 기막히다. 굵은파·느타리버섯·토란줄기 등 채소가 듬뿍 들어 있고 마늘·생강·고추·들깨·참기름 같은 양념과 어울려 내장냄새를 말끔히 없애면서 얼큰하고 국물 맛이 구수한 것이 일품이다.
내장탕 외에도 갈비찜과 곱창전골, 그리고 갈비탕·비빔밥이 이름나있다. 갈비찜은 주인이 고향인 충남서산에서 담아오는 재래식 간장을 쓰고 있어 찜의 깊은 진미가 권할 만 하다.
40대에 접어든 주인 내외가 손수 나와 바깥주인은 주방을, 안주인은 객석을 지키는 성의를 한시도 게을리 하지 않아 만사가 빈틈없이 움직이고 있다.
재료는 매일 직접 엄선해 사들이고 마늘과 고추는 고향에서 농사를 지어 가져오니 잘못될리 없다. 그러니 함께 나오는 여러 가지 밑반찬도 눈요기감이 아니라 진짜로 입에 맞는다.
그 중에서도 여름철에 주는 열무 물김치는 가위 특선 감에 든다.
「아리랑관」은 비싸야 맛이 좋다거나 싸면 별 볼일 없으려니 하는 그릇된 의식에 대한 통념을 바로 잡아주는 보통사람들의 식당이기도 하다. 값은 내장탕이 2천5백원, 갈비찜이 5천 5백원이다. 신형범<수필가·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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