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도마 색깔, 재료 따라 달리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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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컨티넨탈 호텔 고객이 야외 스파를 이용하고 있다.

지난 2003년 7월, 인터컨티넨탈 호텔 주방에 경영진으로부터 '이상한' 주문이 전달됐다.

형형색색의 칼과 도마를 각각 5가지씩 내주고는 재료에 따라 달리 사용하라는 것이었다. 쇠고기는 빨간색, 생선은 파란색, 돼지고기와 가금류는 노란색, 야채는 초록색 등이다.

주방장들은 반발했다. 오랫동안 사용해 분신과도 같은 칼과 도마를 놔두고 새것을 사용해야 한다는 게 못마땅했기 때문이다. 당시 주방장들은 대부분 흰 도마와 검정색 손잡이가 달린 칼을 주로 사용했다. 장인들이 연장을 소중히 하듯 주방장들도 자신이 쓰던 칼과 도마를 애지중지 했다.

경영진은 육류.생선 등을 자른 칼과 도마로 야채 등 다른 재료를 손질하면 교차오염이 생길 수 있다고 주방 직원들에 설명했다. 음식을 하기 전에 손을 깨끗이 씻지 않으면 여러 가지 균이 재료에 묻을 수 있듯이, 재료와 이를 다루는 도구 사이에도 교차오염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니었지만 주방 직원들은 경영진의 방침에 따랐다.

이 방침은 인터콘티넨탈 호텔이 2003년 7월경부터 시작한 위생관리 경영의 일부분이다.

이 호텔은 이 무렵부터 주방을 비롯한 호텔 곳곳의 위생 시스템을 하나하나 바꿔나갔다. 89가지 항목이 표시된 체크리스트를 주방 곳곳에 붙여두고 담당 직원이 매일매일 점검하도록 했다. 식음료부.시설부.자재부 등 각 부서별로 인원을 뽑아 별도의 위생팀을 꾸려 운영하기 시작했다.

1년여의 노력 끝에 이 호텔은 지난 2004년 9월, 국내 호텔로는 처음으로 국제 품질인증기구인 TQCSI로부터 HACCP(위해요소 중점관리기준) 인증을 받았다.

HACCP는 식품 위생안전에 필요한 관리요소를 정해두고 실천하는 예방 차원의 식품위생관리 프로그램이다. 미국과 일본은 위생 안전이 절실한 일부 식품에 대해 이 프로그램을 적용하도록 법률로 정해두고 있다.

HACCP 인증을 받는 것은 까다롭기로 정평이 나있다. 수백 가지에 이르는 위생안전 기준을 통과해야 한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110여개 특급 호텔 중 인터컨티넨탈 호텔을 포함해 6개 호텔만이 이 인증을 받았다. 해마다 재심사를 해서 기준에 못 미치는 분야가 발견되면 곧바로 퇴출 된다. 이 호텔은 인증을 받은 2004년부터 올해까지 3년 째 재심사를 통과해오고 있다.

이 호텔은 50개 업종, 2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이번 한국 서비스 품질 지수(KS-SQI) 조사에서 전체 1위에 올랐다. 지난 5월, 존슨 다이버시 컨설팅社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110여개 특급 호텔을 대상으로 한 위생 안전관리 검사에서도 99.2점을 받아 1위에 올랐다. 존슨 다이버시 컨설팅은 호텔 위생안전 자문기관이다.

심재혁 사장은 "고객이 원하는 것을 미리 알아내 요구하기 전에 서비스하고자 노력한 것이 연이어 좋은 결과를 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인스닷컴 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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