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권 가요『솔아솔아…』 넉달째 꾸준한 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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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거센 바람이 불어와서 어머님의 눈물이/가슴속에 사무쳐 우는 갈라진 이 세상에/민중의 넋이 주인되는 참 세상 자유 위하여/시퍼렇게 쑥물 들어도 강물 저어 가리라/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샛바람에 떨지마라….』
유장한 가곡풍의 운동권가요『솔아솔아 푸르른 솔아』가 지난해 10월 음반 발매 후부터 지금까지 세도권의 각종 인기차트상위권을 지켜내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감각적이고 말초 신경에 호소하는 10대위주의 가요계 판도에서 운동권 가요가 4개월째 꾸준히 인기를 끄는 현상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면서도「비상업적 가요」의 대중화 방법에 한 모범을 보여준 점에서 주목된다.
서울대「메아리」, 고대「노래얼」, 연대「울림터」등 대학가 노래패 출신들이 주축을 이뤄 만든 노래운동모임「노래를 찾는 사람들」(노찾사)이 부른 『솔아솔아…』는「노찾사」의 일원인 안치환씨가 연대재학시절 학생운동을 하다 구속 된 선배를 그리며 작사·작곡한 노래다.
가요 인기순위 소식지『뮤직박스』17일자에는『솔아…』가 15주째 차트에 머물며「10대들의 우상」이 된 조정현·변진섭의 노래에 이어 3위에 기록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운타운가의 DJ들이 매주 집계하는 인기 순위표에도 『솔아…』는 2월 둘째주 순위에서 역시 변진섭·김상아·조덕배등 10대 위주 가수들과 어울려 15위를 기록하고 있다.
『솔아…』의 인기는 이러한 인기 순위표에서 보다 레코드 판매량에서 더욱 잘 나타나있다.
『노래를 찾는 사람들 2집』이란 제목으로 음반을 낸 서울음반에 따르면 이 앨범은 지난해 10월 중순 발간되면서 한달새 10만여장이 소화된 것을 비롯, 올해 2월초까지 모두 20만강 가까이 말려 나갔다는 것이다.
특히『솔아…·』는 일반적인 상업가요가 반짝경기를 타는 것과는 달리 학생층 회사원·주부등 다양한 계층에서 꾸준히 소화되고 있어 80년대 이후 더욱 심화된 청소년·중년등 일정계층대상 위주로 따로따로 불려지는 가요성향을 불식시킬 수 있는 첫 사례로도 꼽히고 있다.
지난 87년 결성된「노찾사」회원은 모두 교사·회사원·주부등의 본업을 지니면서 필요한 경우 현장 위주의 공연을 계속해 왔다.
가요계는「노찾사」의 대중적 성공을 기성가요계에 대한 일반대중의 반발로 해석한다.
표피적 감상·무분별한 향락이 주류를 이루는 10대위주의 가요에 식상한 대중들이「노찾사」류의 노래에서 신선한 감흥을 얻는다는 것이다.
공동체적 삶의 고단함과 이를 이겨내는 건강한 삶의 자세에 뿌리박은 노래가 필요한 시점에서「노찾사」의『솔아…』는 앞으로 가요계의 노래작업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이헌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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