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연방탈퇴 사실상 불허/까다로운 「연방이탈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국민투표 통과돼도 연방의회 부결가능/일방독립선언→무력개입등 악순환될 듯
소련 발트해 3국을 비롯,소련내 각 구성공화국의 연방 이탈 움직임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21일 소련 최고회의에 상정된 연방이탈을 위한 국민투표 등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연방이탈법안」의 초안이 공개됐다.
이 법안의 주요내용을 보면 연방이탈절차를 공화국 단계와 연방단계 두 단계로 나누어 ①연방이탈을 위해선 국민투표의 투표율이 75%이상이어야 하고 ②이탈결정을 위해선 전체 유권자의 3분의 2이상 찬성이 필요하며 ③구성공화국의 결의는 다시 연방 최고회의 및 인민대회에서 3분의 2이상 찬성을 얻어야 하고 ④이어 5년이상의 이행기간을 거쳐 ⑤마지막으로 인민대회에서 3분의 2이상 찬성을 얻도록 돼있다.
이처럼 복잡하고도 까다로운 절차는 사실상 구성공화국의 연방이탈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게 한 것으로 해석된다.
당초 소련의 민족문제 해결에 중요한 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됐던 이 법안이 예상과 달리 구성 공화국의 연방이탈을 사실상 불가능하도록 한 것은 소련당국이 구성공화국의 연방이탈 움직임에 대해 강경입장으로 선회했음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이번 새 법안은 연방이탈을 각 공화국 국민투표로 결정함을 명문화했다는 의미가 있을 뿐이며,실제에 있어선 국민투표 발의에서부터 최종 결정까지의 전과정에 걸쳐 도저히 넘을 수 없는 「높은 장벽」을 만들어 놓음으로써 연방이탈을 불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법안내용을 보면 각공화국이 연방이탈을 원할 경우 공화국 최고회의 결정 또는 유권자 3분의 1 요구로 국민투표를 실시하는데 국민투표 자체가 유효하기 위해선 75%의 투표율을 기록해야하며,이탈의 결정도 투표참가자 아닌 전체 유권자수의 3분의 2 찬성이 있어야 하도록 돼있다.
실제로 이 과정을 현재 이탈 움직임이 강한 발트3국에 그대로 적용할 경우 가능성이 있는 공화국은 리투아니아 뿐이다. 인구 구성에 있어 리투아니아는 전체 인구의 약 80%가 원주민으로 돼있어 단결된 의사를 표시할 수 있으나,원주민의 구성비가 각각 54%,65%에 불과한 라트비아ㆍ에스토니아는 전체유권자 3분의 2라는 장벽에 당장 걸리게 되어있다.
일단 공화국 단계를 통과했다해도 다음 단계인 소련연방최고회의와 인민대회를 거치는데,여기서 통과되려면 각각 전체의원의 3분의 2이상 찬성을 얻어야 한다.
뿐만아니라 이 과정을 통과한 후에도 다시 5년이상의 「이행기간」을 거쳐 소련인민대회에서 최종결정을 받아야하는데 여기서도 전체의원 3분의 2이상 동의를 얻어야 한다. 한마디로 산넘어 산이며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기 보다 더 어렵게 되어있다.
이에대한 구성공화국들,특히 발트 3국의 반발은 거세다.
이들은 지난 1월 고르바초프가 리투아니아 방문에서 약속한 소위 「새로운 연방」을 구성하는 헌법이 바로 이런 것이라면 그것은 「속임수」에 불과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뿐만아니라 이들 발트3국은 이미 1940년 독ㆍ소 비밀조약의 무효화,그리고 그에 따른 소련편입의 법적 무효화를 선언했기 때문에 기존의 소련헌법은 물론 이번 헌법의 구속을 받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이다.
소련당국이 이처럼 강경입장으로 돌아선 것은 공산당 1당독재 포기,사유재산제 허용,인간적ㆍ민주적 사회주의 지향 등 이데올로기적으로는 비록 종전의 입장에서 크게 후퇴했다해도 소비에트연방자체만은 무슨 일이 있어도 유지해 나가겠다는 민족주의적 감정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이처럼 평행선을 긋는 방향으로 전개된다면 앞으로 발트3국은 일방적 독립을 선언하는 등 더욱 강한 입장으로 치달을 것이 분명하며 이에 대해 소련당국도 강경진압으로 맞설 것이 뻔하므로 최악의 경우 큰 파국을 맞을 가능성이 커보인다. <정우량기자>
□소연방 이탈법안상 절차
①국민투표발의 : 공화국 최고회의의 결정 또는 유권자 3분의 1
이상 요구
②국민투표실시 : 총유권자중 투표율 75%이상 요
③이탈결정채택 : 총유권자의 3분의 2이상 찬성 요
④소련최고회의 인민대회 : 대의원 3분의 2이상 찬성 요
⑤5년이상의 이행기간
⑥소련인민대회 최종결정 : 대의원 3분의 2이상 찬성 요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