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지하철 여성전용객차 등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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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이집트는 이슬람교리를 준수하고 성범죄예방등 여성보호를 위해 지하철 첫칸을 여성전용칸으로 운행하고 있다.
이집트는 87년부터 총5억6천만달러를 들여 카이로시내를 남북으로 관통하는 5km의 지하철을 건설, 나일강변을 운행중인 기존 47km의 전철에 연결시겼다.
이 지하철건설은 중동· 아프리카 최초의 역사로 카이로의 명물로 등장했다.
이집트 당국이 엄청난 비용을 들여 이같은 지하철을 건설한 이유는 물론 교통난 때문.
카이로는 중동최대의 도시로 연일 50만대의 승용차· 택시· 버스가 거북이 걸음을 하고 있으며 거리에는 수십만인파가 북적대고 있다.
지하철 건설후 만원버스타기에 지친 시민들은 버스삯보다 3배나 비싼 10센트의 요금에도 불구하고 지하철로 몰리기 시작, 지하철은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매시간 2만명씩 수송해 지상교통량의 75%를 담당해 내고 있다.
이용자가 늘어남에따라 지하철역 구내가 더러워지자 시당국은 지하철담당 특수경찰을 동원, 부랑자·깡패·쓰레기 버리는 행인을 철저히 단속하고 있다.
시당국은 또 최근 만원 지하철안에서 남성의 여성에 대한 성적 희롱이 늘어나는 것을 우려, 모든 지하철의 첫칸은 여성만이 탈수있도록 하는 이색제도를 시행토록 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최근 중동지방에서 모슬렘전통의 여성차별의식이 부활되는 것과 관련, 여성지식층에선 『암흑시대로 되돌아 가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의 소리가 높다.
이집트는 전통적인 모슬렘국가로 남성우위사회이기 때문에 여성은 공공장소에 나타나는 것조차 금기시되고 가사에 전념하는 것을 최고 미덕으로 여겨왔으며 여성참정권이 허용된 것도 지난56년 나세르대통령의 과감한 사회개혁정책에 따른 것이다.
여성해방론자들도 이 정책이 비신사적인 남성의 행동으로부터 여성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란 점을 인정하면서도 『여성을 약하고 종속적인 존재로만 인식하려는 태도』라고 몰아 붙이고 있다.
이들은 심지어 『남녀평등을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버스· 지하철에서도 여성이 빈좌석을 놓고 남성들과 자리다툼을 벌여야할 것』이란 주장까지 펴고 있다.
그러나 이 제도에 대한 남녀 일반승객들의 반응은 좋은 편이다.
전통적인 이집트 의상을 입은 여성들은 대부분 『멋진생각』 이라고 말했으며 남성들도 『부인과 자녀가 북적거리는 지하철 안에서 불량배들에게 추근거림을 당하는 것 보다 낫다』 고 밝혔다.
처음 이 계획이 도입 됐을때 『여성전용칸이 빌 경우엔 남성이 탈수 있느냐』 는 우려와는 달리 연일 여성으로 만원이어서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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