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모스크바 항로개설 의미/한­소 사실상 자유왕래시대 열린 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유럽항로 연료비 편도에 만불 절감
우리나라 항공사상 최초의 서울∼모스크바간 정기항로개설은 한소간 본격교류시대가 개막됐음을 말해주고 있다.
이는 또 중국및 개혁의 바람이 일고 있는 헝가리ㆍ체코ㆍ동독ㆍ루마니아 등 동구권국가들과의 정기항로개설,인적ㆍ물적교류를 앞당기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더욱 크다.
모스크바항공회의에서 대한항공이 중국측과 항공협정이 체결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서울ㆍ부산∼중국∼모스크바간을 주1회 운항키로 합의한 것은 중국측과 정기항로개설을 앞당기기 위한 포석이다.
이번 항공협정체결로 대한항공은 모스크바에서 유럽내 1개지점을 취항할 수 있는 이원권을,아에로플로트항공은 서울에서 싱가포르간을 취항하는 이원권을 각각 갖게 됐다.
이에따라 3월25일부터 대한항공은 서울∼모스크바간 승객수송은 물론 모스크바∼유럽내 1개 지점,유럽내 1개 지점∼모스크바간 승객수송도 할 수 있게 되며 아에로플로트항공도 서울∼모스크바간,서울∼싱가포르간 승객을 수송할 수 있게 된다.
이는 한소간 공식적인 국교수립은 이루어지지 않았으나 사실상의 자유왕래시대가 열렸음을 시사하고 있다.
정기항로개설의 주역은 대한항공이었다. 대한항공의 조중건사장등 실무팀은 88올림픽이후 네차례나 모스크바를 방문,정기항로개설ㆍ상호영공 통과 등을 협의해 왔으며 이번 상무협정체결은 이같은 꾸준한 접촉의 결실이었다.
때문에 서울∼모스크바간 정기항로개설은 그동안 잦은 비행사고로 얼룩졌던 대한항공의 이미지 개선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또 파리ㆍ프랑크푸르트ㆍ취리히ㆍ런던 등 대한항공의 유럽취항기가 시베리아항로를 직항,모스크바를 경유하면 운항시간이 기존 앵커리지 경유노선에 비해 평균 4시간이상 짧아지기 때문에 이에따른 경비절감효과도 만만치 않다.
앵커리지를 경유하는 기존의 서울∼파리간 운항시간은 17시간25분. 그러나 서울∼시베리아∼헬싱키∼파리항로를 비행하면 운항시간은 14시간으로 약 3시간30분 단축되고 연료비도 항공기 편당 평균 1만달러가 절감된다.
이에따라 대한항공은 오는 27일 서울∼프랑크푸르트∼취리히간을 운항하는 903편을 모스크바에 첫 취항시키기로 했다.
또 항로단축으로 운항시간이 단축됨에 따라 유럽노선취항편의 운항스케줄을 전면 재조정,김포출발시간을 종전의 오후 7시에서 오후 1시로 앞당기기로 했다.〈김창욱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