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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여자청소년 축구의 '기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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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챔피언에 오른 낯선 자들''진흙 구덩이에서 일어난 기적'.

북한 여자청소년 축구대표가 4일(한국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세계 청소년(20세 이하) 선수권대회 결승에서 중국을 5-0으로 대파하고 우승하자 국제축구연맹(FIFA) 홈페이지는 그들의 업적을 흥분된 어조로 전했다.

남북한을 통틀어 FIFA가 주최하는 세계 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시아 국가로는 사우디아라비아가 1989년 17세 이하 남자청소년 대회에서 우승한 이후 두 번째다.

결승에서 강호 중국을 5-0으로 대파하고 첫 우승을 차지한 북한 선수들이 그라운드를 돌며 기뻐하고 있다. 북한은 처음 출전한 이번 대회에서 18골을 넣고 1골만 내주는 완벽한 플레이를 펼쳤다.[모스크바 로이터=뉴시스]

결승전이 열린 모스크바 로코모티프 스타디움에는 비가 쏟아졌다. 수시로 번개가 치고 물이 고인 그라운드는 곧 진흙탕이 됐다.

3일 전 준결승에서 미국과 연장 혈투 끝에 승부차기까지 치렀던 중국 선수들에게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그런 중국을 북한은 사정없이 몰아붙였다. 경기 시작 전, 팝 그룹 U2의 'Beautiful day(아름다운 날)'가 스타디움 안을 가득 채웠다. 그 음악은 최악의 그라운드 컨디션을 반기는 북한 선수단의 마음과 같았다.

북한의 스트라이커 김성희는 중국전에서 해트트릭(전반 39.47분, 후반 7분)을 기록했다. 결승전 최우수선수(MVP)에 뽑힌 김성희는 득점랭킹 2위(5골.1어시스트)에게 주어지는 실버슈를 받았다. 김성희는 "축구에 관한 한, 우리나라는 작은 나라가 아니고 세상을 뒤흔드는 나라"라고 말했다.

김성희와 같은 5골을 기록했지만 어시스트가 1개가 더 많은 중국 마샤오 슈가 골든볼(최우수선수)과 골든슈(득점왕)를 차지했다.

북한은 FIFA 테크니컬 스터디그룹이 선정한 21명의 대회 올스타에 6명이 선정됐다. 북한 성인 여자대표팀은 7월 호주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심판 폭행으로 물의를 빚었다. 그러나 주니어들은 이번 대회에서 페어플레이상까지 받았다.

최광석 북한 감독은 "선수들의 땀과 피가 오늘을 만들었다. 우리에게는 재능 있는 선수가 많다"고 말했다.

강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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