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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때 쓰레기 줍는 재미 아시나요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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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그런데 요즘 산에만 오르면 예외 없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광경이 있다. 아름다운 계곡 곳곳에 널려 있는 비닐, 종이조각, 먹다 남은 음식물 등 온갖 쓰레기들이 그것이다. '저걸 어쩌지?' '못 본 척 해?' '에잇, 나쁜 사람들'. 대개는 못 본 척하거나 버린 사람들을 원망하고 돌아서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쓰레기를 내버려 두고 가는 찜찜함이 남게 마련이다.

이럴 때는 삼겹살 구이용 집게가 안성맞춤이다. 동네 수퍼에 가면 쉽게 구할 수 있고 길이도 10㎝ 남짓으로 등산용 조끼 호주머니 속에 쏙 들어간다. 값도 1000원 정도면 구할 수 있다.

산길을 오르내리면서 눈에 띄는 쓰레기를 집게로 한두 개씩 줍다 보면 환경보호도 되고 나 스스로가 좋은 일을 한다는 생각에 즐거워질 것이다.

내가 줍건 다른 사람이 줍건 그 모습에 산행하는 이들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질 것이다. 당연히 내 마음도 켕길 일이 없어진다. 거창하게 환경보호운동을 할 것 없이 삽겹살 집게 하나씩만 갖고 나서자. 산행이 더욱 상쾌해질 것이다. 나는 요즘 산행 외에 환경보호라는 기쁨 한 가지를 더 느끼며 살고 있다.

김한두 서울시 관악구 신림12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