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이런 점에서 세계로부터 칭찬을 받아왔다. 우리가 이만큼 살 수 있게 된 것은 바로 이 같은 우리의 문화 혹은 정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우리 내부로부터 "열심히 살아보자"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열정이 분출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그러나 이런 낙관적이면서도 긍정적인 생각들이 지금도 우리의 가슴 속에 남아 있느냐 하는 질문에 나는 서슴없이 "그렇다"는 말을 할 수 없게 됐다.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 문화가 변해가고 있다. 특히 노무현 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 우리가 소중하다고 생각했던 가치들이 보잘것없는 것으로, 아니 심지어 버려야 할 나쁜 것으로 치부되는 경우가 너무 많다. 노 정부의 실정 가운데 가장 치명적인 것은 바로 건강한 문화, 바른 정신들을 훼손시킨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 정부는 최근 '비전 2030'이라는 것을 발표했다. 25년 후면 소득이 4만 몇천 달러에 경제 규모도 세계에서 몇 위가 되고 등등의 청사진이었다. 그때가 되면 먹을 것, 집, 병원비, 교육비, 육아비, 노후 걱정을 안 해도 되는 세상이 온다는 것이다. 참으로 꿈같이 황홀한 미래다. 그런데 모든 것을 나라가 알아서 해주는 세상에서 개인이 할 일은 무엇일까? 누가 힘들여 일을 할까? 아무도 열심히 일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그런 나라를 유지해 갈 수 있을까. 그런 나라에서 세금은 누가 낼까. 이 청사진은 한마디로 사회주의적 이상향이다. 그런 나라는 실현될 수 없다. 역사가 이를 증명했다. 오히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메시지는 "우리는 아직 부족합니다. 더 열심히 일해야 합니다. 개개인이 더 검약해야 합니다. 투자를 늘려야 합니다. 자기 일은 자기가 책임져야 합니다. 그런 개인의 에너지를 모아야 합니다. 그러자면 국민이 한 목표를 향해 통합돼야 합니다"이다.
그러나 이 정부가 조장한 문화는 그런 것이 아니었다. 지금까지의 문화와는 정반대의 문화였다. 미래보다는 과거를, 통합보다는 분열을, 생산보다는 나누어 먹기를 즐겨했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을 비웃었다. 함께 못사는 쪽이 오히려 낫다는 식이었다. 전교조나 이 정부의 교육정책을 보라. 실력 있는 것을 부러워하는 것이 아니라 같이 실력이 낮아지는 쪽으로 부채질하고 있다. 독립심을 기르는 것이 아니라 복지라는 이름으로 국가에 의탁하는 병든 인간을 만들기 바쁘다. 내 책임보다 남의 탓으로 돌리기에 급급했다. 이런 병든 문화는 사회 곳곳에 퍼져 있다. 이 정부 들어서 품위는 비웃음의 대상이 됐다. 품위는 보수 세력, 있는 자들의 위선인 양 치부됐다. 대통령의 화법부터 주변 인물들의 행태를 보라. "배 째 드리지요" "악랄하게 나가겠다." 이런 말들이 공개적으로 회자된다. 바르고 떳떳한 것보다 비뚤어지고, 뒤틀리고, 악의적인 것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제는 어둠의 문화까지 정부가 조장하게 됐다. '바다이야기'는 어둠의 문화다. 열심히 노력해 합당한 보상을 받는 밝은 사회를 만들기보다는 일확천금의 허황된 도박의 세계로 국민을 끌어가고 있다.
지금 우리는 문화의 위기 속에 있다. 경제 위기보다, 안보 위기보다 더 깊고 본질적인 문제는 문화의 위기다. 이 병든 문화가 바르게 회복되지 않고는 더 이상 발전도, 번영도 기대할 수 없다. 모든 나라의 붕괴는 내부에서 시작된다는 역사적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문창극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