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중견기업] 패션 브랜드 '오브제' 뉴요커 사로잡은 비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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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요커도 사고 싶은 '한국 명품'

아모레퍼시픽, 녹차 화장품으로 상류층 사로잡아

미국 뉴욕 맨하탄의 버그도프굿만 백화점 지하 화장품 매장. 1899년에 문을 연 이 백화점의 주요 고객은 연소득 100만 달러 이상의 부유층이다. 당연히 전세계 최고급 브랜드가 몰려있고 그만큼 입점 경쟁이 치열하다. 이곳에 한국 브랜드로는 유일하게 '아모레퍼시픽'(옛 태평양)이 깃발을 꽂았다.

지난해 아모레퍼시픽은 이 백화점이 뽑은 '성장을 이끄는 두 개의 브랜드'에 선정됐다. 현지 법인인 '아모레퍼시픽 Inc'의 신주홍 사장이 뉴욕땅을 처음 밟은 건 2002년 2월. 9.11테러직후라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았지만 첫 제품 런칭행사, 스파매장 오픈 등 원래 계획했던 대로 판촉 일정을 밀어 붙였다. 그리고 2003년 9월엔 버그도프굿만 백화점에, 지난해 봄엔 니만마커스에 잇따라 입점했다. 둘 모두 전세계에서 내로라하는 브랜드만 입점하는 곳이다. 당시 이 회사의 이름은 태평양이었다.

아모레퍼시픽은 뉴욕 진출을 위해 새로 만든 브랜드다. 뉴욕에서 이 브랜드가 알려지자 태평양은 7월 아예 회사명을 이 이름으로 바꿨다. 글로벌 브랜드로서 아모레퍼시픽의 기본 컨셉은 '녹차'였다. 화장품에 인체에 이로운 녹차성분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제품 런칭 행사엔 서울에서 운영하고 있는 녹차 전문 카페 '오설록 티하우스'에서 공수해온 녹차 케이크와 쿠키.초콜릿등도 함께 내놨다. 언론.백화점.뷰티 관계자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아모레퍼시픽은 처음부터 철저히 최상류층 시장(High-end)을 겨냥했다. 고급 시장에 정착한 뒤 저가 시장을 공략하긴 쉬워도 일단 저가로 자리매김한 뒤 고급시장에 진출하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현재 가장 인기 있는 '타임 리스폰스 스킨 리뉴얼 크림'의 경우 개당 가격이 400달러(약 40만원)에 이른다. 이런 제품을 알리기 위해 아모레퍼시픽이 구사한 전략은 '입소문 마케팅'. 광고로 물량공세를 펴기 보다는 유력잡지 편집장, 연예인들을 일일이 접촉해 샘플을 나눠줬다.



패션 브랜드 오브제, 할리우드 여배우·팝스타도 단골

오브제의 ‘뉴욕 성공기’도 아모레퍼시픽의 그것과 닮은 꼴이다. 하니Y(HaniiY)는 국내 여성복기업 ‘오브제’가 미국 시장을 겨냥해 두 번째로 내놓은 브랜드다. 이 브랜드가 뉴욕 메디슨 애비뉴의 패션 편집매장 ‘바니스뉴욕(Barneys New York)’에 입점해 있다. 뉴욕 패션가의 한 복판에 한국 브랜드로는 유일하게 자리를 잡았다. ‘바니스뉴욕 입점의 전권을 행사하는 주리 길하트(Juri Gilhart)가 고른 브랜드는 세계적으로 무조건 뜬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바니스뉴욕은 세계 패션 흐름의 진원지다. 현지법인 ‘오브제뉴욕Inc.’의 이영아 기획실장은 “유명 여배우 귀네스 펠트로나 제시카 심슨도 우리 브랜드의 단골”이라고 말했다. 오브제는 강진영 사장과 부인인 윤한희 감사가 운영하는 회사다. 이들 부부는 2001년 4월 Y&Kei라는 브랜드를 갖고 미국 시장에 닻을 내렸다. 그러나 그해 가을 처음으로 세계적인 패션쇼 뉴욕컬렉션에 참가 할 계획이었으나 9·11테러로 쇼 자체가 취소됐다.

유명 여배우 시에나 밀러가 찾았던 아모레퍼시픽의 스파 매장 전경.

하지만 강 사장 부부는 시장 공략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결국 이듬해 봄 다시 참가한 뉴욕컬렉션에서 Y&Kei는 언론과 백화점 바이어 등 패션 관계자의 찬사를 받았다. 다음 컬렉션에선 현지 유명 화장품 회사의 협찬 제의도 몰렸다. 2003년 세번째 뉴욕컬렉션에 참가한 뒤에는 ‘라이징 스타상(신인상)’도 수상했다. Y&Kei는 바니스뉴욕과 칼립소등 뉴욕의 패션 전문 매장뿐 아니라 헐리우드 스타들이 자주 찾는 LA의 유명 편집매장 레자뷔뛰드·샤틴·온선셋 등에 매장을 냈다. 할리 베리, 브리트니스피어스, 머라이어캐리 등 유명 스타가 각종 시상식에 이 브랜드 옷을 입고 나타나면서 인지도가 올랐다.

뉴욕= 김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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