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로또'에도 '복불복'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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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 중대형 평형과 성남시 일반 5년 이상 무주택기간, 청약저축 60회 이상 가입자를 대상으로 한 중소형아파트 청약 접수가 이뤄지는 4일 분당 탄천종합운동장 접수장에서 한 청약 대기자가 접수현황판을 보며 청약평형을 고르고 있다.(성남=연합뉴스)

#판교 2차 중대형 아파트에 청약을 준비 중인 성남 거주 이모씨(43세)는 입주자모집공고를 보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 모씨는 동일한 블록과 평형이라도 평면유형이 다양하다는 신문기사를 읽고 발코니확장 면적이 가장 넓은 타입으로 신청하려고 마음먹었지만 이를 선택해 청약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기 때문이다.

판교2차 중대형 아파트가 '평면경연장'이라고 불릴 정도로 많은 평면유형이 있지만 정작 실수요자들에겐 그 혜택이 돌아가지 못해 공급자의 편의적 발상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5.7평형 이하 중소형 아파트와 달리 중대형에서는 같은 공급면적 평형이라도 평면유형별로 청약을 할 수 없다는 대한주택공사의 규정 때문이다.

따라서 판교 당첨자들은 같은 블록, 동일 평형대에서 발코니확장을 한다해도 최고 7.3평형의 실주거면적 차이는 '운'으로 돌려야 한다는 사실이다.

본지가 판교2차 25.7평 초과 중대형 아파트의 입주자모집공고를 분석한 결과 평면유형은 127개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같은 평형대라도 평면유형에 따라 발코니확장은 최고 10평 가까이 차이가 난다. 주공의 A2-2블록 38평형과 경남기업의 A7-2블록 38평형 101E은 발코니 확장면적이 각각 6평, 15평 정도로 차이가 크다.

이 같은 발코니확장 면적의 차이는 청약자들이 평면선호도와 확장비용을 감안해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문제는 동일한 블록에서 같은 평형대에 청약했을 경우 발생한다.

대한주택공사는 판교 2차 입주자모집공고를 발표하면서 "공급신청은 개별 평면유형이 속한 블록 및 전용면적별로 통합, 단순화한 주택형에 따라 접수하고 평면유형은 청약자가 신청한 주택형내의 평면유형 중에서 '무작위' 로 추첨, 결정한다"는 조항을 기재했다.

예를들어 A7-2블록의 경남아너스빌 38평형의 경우 총 6개의 평면 유형이 있지만 청약자는 이를 선택할 수 없다.

게다가 당첨자가 발코니확장을 했을 경우도 주거공간의 실면적은 크게 달라진다. 38평형 101B의 확장면적은 7.8평이지만 동일한 평형 101F은 15.1평형으로 7.3평의 차이가 난다.

이 같이 같은 블록, 평형 내에서 발코니확장을 했을 경우 실 거주면적이 차이가 나는 곳은 A21-1블록 38평형, A13-1블록 43평형, A9-2 57평형 등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평형에서도 각각 3평이상씩 차이가 생긴다.

결국 청약자 또는 당첨자에겐 블록, 브랜드, 평형까지만 선택의 권한이 주어진다는 얘기다.

한 시공사관계자는 "7평의 규모는 30평형대 거실, 3평 규모은 작은 방 하나 더 만들 수 있는 크기"라며"설계평면이 다양해지다 보니 같은 평형이라도 발코니 등 서비스면적에 따라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같이 면적유형별로 청약을 할 수 없는 구조에 대해 시행사인 주공측은 청약자의 혼란과 시스템의 과부화 우려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5.7평형이상 아파트의 면적유형이 총 127개에 이르다 보니 청약자들이 청약과정에서 더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금융결제원의 시스템용량으로는 면적유형별로 인터넷청약접수를 받을 수 없다는 한계점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다양한 주택유형 및 면적유형을 보고도 본인이 선호하는 타입을 선택하지 못하고 공급자가 정한 규정에 따라 청약할 수 밖에 없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

또 판교2차 중대형 옵션에서도 실수요자들에겐 선택의 폭이 좁다. 샤시의 경우 A7-2, A21-1, A27-1블록 등의 타워형은 시스템창호로만 시공된다.

시스템창호는 미관상의 장점이 있긴 하지만 일반샤시보다 통풍과 단열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가격도 일반 샤시보다 고가인 것이 단점이라는 것이 관련업계의 설명이다.

주공관계자는 "공공택지에서 공동주택을 한꺼번에 분양할 경우 개개인의 선호도를 하나하나 모두 맞추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고가에 분양을 받는 수요자들에겐 이같은 주공의 설명이 쉽사리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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