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의 자체개혁에 기대 크다(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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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민주국가에서 군은 한마디로 국민의 군대여야 한다.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조직이 그 본래의 모습이다.
만일 군이 이같은 명제를 무시하고 국민의 뜻에 거슬러 국민위에 군림하는 존재로 비친다면 그것은 일체감을 느껴야할 민ㆍ군관계를 크게 훼손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불행히도 5ㆍ16이후 6ㆍ29이전까지 근 한세대에 걸쳐 우리 사회에서 군의 역할과 위상,그리고 국민에 준 인상은 국민의 군대라는 당연히 있어야할 자리에서 벗어났던 것이 사실이다.
이같은 관점에서 최근 군당국이 보여주고 있는 자기혁신의 노력을 우리는 의미깊게 평가하고 환영한다.
지난달 육군참모장이 예하 각급 부대에 지휘서신을 보내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것을 강조한 데 이어 군 당국이 새로운 군복무규율과 병영규정을 마련한 것은 군의 의식개혁ㆍ체질개선에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확정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새로 마련된 규율과 규정은 정치활동 금지 8개항을 명시했고 군이 치안유지에 동원됐을 경우 무기사용을 엄격히 제한했으며 병영 안에서의 「기합」등 일체의 가혹행위를 못하게 명문화했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이유없이 무조건 복종」하는 것으로 생각해 왔던 상급자의 명령에 대해 복종의무가 있는 명령을 「직무범주」내로 한정하고 『법규및 상관의 명령에 반하는 사항 또는 범법행위를 저지르게 하는 사항을 명령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한 것은 군의 민주화에 획기적인 전기가 될 것으로 본다.
권위주의시대 우리 사회에서 크게 역기능을 해온 이른바 「군사문화」의 핵심은 바로 무제한적 명령에 대한 무조건적 복종의 강요에 있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같은 유형의 사고와 행태는 5ㆍ16이후 정부정책이나 행정조직뿐 아니라 민간기업ㆍ사회단체ㆍ학원에까지 사회 전반에 스며들어 엄청난 갈등과 대립을 초래했다.
광주사태를 비롯한 삼청교육ㆍ공직자 숙청ㆍ언론 통폐합 등 5공 비리도 그런 맥락에 한 원인이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새로운 군복무 규율과 규정은 「민주화」라는 사회의 변화에 맞추어 군이 내부의 구시대적 통념과 관행을 청산하고 민주적 리더십과 행동규범ㆍ윤리를 정립하려는 노력으로 이해되고 이는 올바른 방향이라고 본다.
문제는 이같은 규범이 확립되기 위해서는 일선 하급부대와 내무생활의 현장에서 새로운 규율이 철저히 지켜지고 체질화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아울러 군의 민주화노력이 「명령­복종」 관계를 생명으로 하는 군의 조직기강에 이완현상을 빚거나 전력의 저하로 연결되어서는 안된다는 점도 강조하고 싶다.
진실로 강한 군대는 민주적 리더십에 의해 통솔되고 국민의 지지와 사랑을 받는 민주군대라는 것을 의심의 여지가 없는 원리다. 군의 민주화는 곧 강군운동이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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