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최고위원 관훈토론<일문일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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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토론에 부쳤다면 신당출범 못했을 것/전두환씨 연희동 돌아오는 건 안된다”
「야당 투사」에서 여당 최고위원으로 바뀐 뒤 처음으로 12일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 나온 김영삼최고위원은 패널리스트들의 「뼈있는」 질의에 비교적 여유와 자신을 갖고 응답.
김최고위원은 관훈토론회에 도합 다섯번이나 나왔으며 이번에도 김대중ㆍ김종필씨는 거절했으나 주변의 만류를 물리치고 나왔다.
토론장은 3백50여명의 참석자들로 빈틈없이 꽉 메워졌는데 구 민주당의원들은 김재광부의장을 비롯,대부분이 참석했고 박준병ㆍ이종찬ㆍ박철언ㆍ오유방ㆍ김진재의원(이상 구민정),김용환ㆍ최각규의원(구 공화) 등이 앞자리에 앉아 합당을 실감.
다음은 김최고위원의 일문일답.
­합당이 깜짝쇼처럼 이뤄져 국민들이 미처 실감을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간의 경위를 설명해달라.
『지난해 6월 방소이후 노대통령과 단독 면담했을 때 노대통령쪽에서 안정을 위해 연정을 하자는 제의가 있었다. 그래서 5공 청산을 매듭지은 뒤 다시 얘기하자고 했다.
지난 1월12일 청와대에서 다시 만났을 때 민정과 민주의 간판을 함께 내리고 새 출발하자고 제의했고 결심이 서면 알려달라고 했었는데 22일 만나자는 연락이 와 이렇게 성사된 것이다.』
­당내 토론 및 국민들로부터의 협의절차를 갖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는데.
『솔직히 말해 토론에 부쳤으면 일이 안됐을 것이다. 극비합의가 불가피했다. 4당체제가 국민의 뜻이라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고 본다. 92년 선거에서 국민이 심판할 것이며,역사가 심판을 내릴 것이다.』
­서로 정권을 번갈아 잡기로 1노2김 간에 밀약설이 있다는데 사실인가.
『절대로 그런 일은 없다.』
­앞으로 대야당 및 특히 김대중총재와의 관계는 어떻게 할 것인가. 호남고립 심화현상에 대한 해결복안은.
『김대중총재가 정치를 해나가는데 행운이 있기를 바란다.
정계개편을 하면서 누구를 대상에서 뺀 적은 없다. 김대중총재 스스로 정계개편이 필요없다고 빠진 것이다.
평민당이 곧 호남이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호남도 대한민국 땅이다. 다른 지역과 조금도 다를 바 없다.
야당과의 관계는 민주주의원칙에 따라 대화와 타협을 해 나가겠다.』
­내막적으로는 3당통합을 추진하면서 겉으로는 야3당 공조를 주장했었다. 정치권 및 정치인들의 말에 대한 신뢰를 어떻게 가질 수 있겠나.
『야3당이 끝까지 같이 가는 것은 불가하다고 생각했다. 5공청산 때까지만 같이 가자고 얘기했었다.』
­헌법이나 선거법 등은 언제 바꾸나.
『내각책임제는 절대 안된다는 입장은 아니지만 지금 그러한 문제를 거론할 때가 아니다. 또 이제까지 논의된 바도 없다. 내각제개헌 논의가 있게 되면 하지 말자고 하지는 않겠다. 선거구는 소선거구제가 바람직 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행선거구는 인구비례를 감안,개정돼야 한다고 본다.』
­당직자 내각구성은 어떻게 되나. 구 야당측에서 내각에 얼마나 참여케되는가.
『내일 노대통령등과 만나 당3역 및 대변인을 결정할 것이다.
앞으로 국가경영은 세사람이 공동책임을 지고 협의,결정해 나갈 것이다. 내각은 인물중심과 능력본위로 구성돼야 할 것이다. 3당밖에서 능력있는 사람이 있으면 발탁될 것이다.』
­대북한관계를 어떻게 정립할 것인가. 주한미군 철수에 대한 견해는.
『최근 미소 외무장관들이 한반도의 장벽철거를 언급한 것은 중요한 변화다.
북한도 반드시 변할 것이고,이에 대비해야 한다. 미군은 특수상황을 고려,적정시기까지는 주둔해야 한다고 본다.』
­백담사문제를 어떻게 처리할 생각인가.
『지난 연말 국회에서의 증언이 전씨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였다. 그때 있는 그대로 국민에게 사죄해야 했었는데 그렇지 못했다. 전씨가 연희동으로 돌아온다는 얘기가 있는데 연희동 집도 국가에 헌납하지 않았는가. 그래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오는 3월 방소때 밀사 또는 특사의 자격으로 가는 것은 아닌가. 북한측도 만나게 되나.
『지난번과는 다를 것이다. 중요한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본다.』
­성장우선의 경제정책을 편다는데 경제정의실현은 가능하다고 보는가.
『성장과 안정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경제정의실현은 변함이 없다. 토지공개념이나 금융실명제도 약속대로 실천할 것이다.』
­지자제는 언제 실시하나.
『일단 금년중에 실시키로 합의된 것에는 변함이 없다.』
­재야를 보는 시각이 과거와 달라질 것인가.
『어느 누구와도 대화를 할 것이다. 단 누구든지 폭력을 쓰느 것은 용납할 수가 없다.』
­노대통령과 김대중총재에 대한 평가는.
『대통령선거 때까지만 하더라도 노대통령을 잘 몰랐었다. 만나보니 성실ㆍ솔직하고 능력있는 분 같다. 이번에 민정당 간판을 내린 것은 대단한 결단이요,영단이다.
노대통령이니까 가능한 것이다. 이를 평가해야 할 것이다.
김대중총재는 내가 처지가 바뀌었다면 앞길을 축복해줄 것이다.』<김용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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