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ㆍ공화계서 「소 파벌」생길까/「거여」속 이합집산 가능성을 보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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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민주 불만있으나 「딴살림」 어려워/공화 구심력 강해 분화조짐 희박
거대 여당 민자당의 출범과 함께 본격적인 계보정치의 막이 오르자 각정파가 세규합에 부심하고 있다. 이미 민정당은 박태준 전대표중심으로 계파연합을 꾀하는등 결속을 다지고 있으나 민주나 공화등 구야권 정파내에서는 당권의 향방을 봐가며 이합집산의 가능성이 나타나고 있다.
○…구민주당을 이끌었던 김영삼최고위원은 민주당 당운영에 있어서는 사실상 전권을 장악,다른 계보나 파벌은 거의 존립하기 어려웠다.
대부분이 상도동주류에 속했고 나머지 몇몇 중진ㆍ소장의원들이 「겉도는」 정도에서 비주류를 자처했을 정도였다.
주류중 직계로 꼽혔던 의원들은 김동영 전총장ㆍ최형우 전총무ㆍ김덕룡 전비서실장을 필두로 서석재 전사무총장,서청원 전비서실장 등과 비서출신인 문정수ㆍ심완구ㆍ최기선ㆍ김봉조의원 등.
이들과 출신은 다르지만 황병태 전특보도 신임도가 어느 누구보다 높아 새로운 직계로 부상.
성골은 아니지만 방계로 범주류에 속했던 의원들은 황명수ㆍ정상구ㆍ김정수ㆍ김동규ㆍ강삼재ㆍ조만후ㆍ이인제ㆍ백남치의원 등 10여명.
전국구쪽에서는 송두호ㆍ김성룡ㆍ이행구ㆍ김남의원 등 대부분이 YS의 직접 낙점을 받아 의원이 된 사람들이다.
이렇게 따지면 YS직계는 54명의 참여의원중 근 40명이 넘는다. 이들중에도 장차 YS의 대리인으로 꼽히는 사람은 김동영의원.
그러나 김의원은 결코 YS의 그늘을 벗어난 독자계보를 가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들이며 그 스스로 자신의 한계를 알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YS를 「업고」가면서 서서히 자신의 영역을 넓히는 수준이며 서 전총장ㆍ김덕룡의원 등도 자기사람들을 모을 가능성은 적다.
서 전총장은 동해사건 관련으로 입장이 어렵고 김덕룡의원은 당내 중진들의 견제를 적잖이 받고 있다.
특히 김덕룡의원은 통합과정에서 15인 추진위에 임명됐을 때 일부 중진들이 노골적인 불만을 표했다는 후문이다.
핵심참모인 황병태의원도 중간실력자의 한사람으로 거명되고 있다.
황의원 본인 스스로 계보정치의 폐해를 역설하고 있고 당내기반이 없다는 취약점이 있으나 경력ㆍ능력 등으로 보아 소위 장관감으로 내세울 수 있는 대표적 인물이다.
최형우의원은 야권통합추진 및 신당참여 과정에서의 행적으로 인해 거의 날개가 꺾였다는 것이 중평. 그러나 그는 김동주ㆍ문준식ㆍ최이호ㆍ김운환의원 등과 가까운 관계를 형성하고 있고 평소 행적으로봐 신당이 삐걱거릴 경우 당내에 딴 살림을 차리거나 무언가 도모할 가능성은 있다.
김재광부의장은 일단 참여는 했지만 소극적이어서 상황에 따라서는 복고의 명분을 앞세워 비주류 결속 및 이탈까지도 완전 배제치 않고 있다는 추측들이다.
이럴경우 김부의장과 지기인 박종률의원이 동조할 가능성이 높은데 신상우ㆍ황낙주ㆍ박용만의원 등도 푸대접을 받으면 비주류계보를 형성하거나 다른쪽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있다.
때문에 구민주당계도 골수 상도계에 대해 비주류 및 일부 불만세력의 이탈가능성은 있는셈.
상도동측은 구민주계를 다 확보하고 부산ㆍ경남 등 영남세력을 흡수하면 최대계보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당을 장악하는 방안을 모색중인데 민정계측에서는 구민주계가 급속한 용해현상을 일으킬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상도계의원들이 여당간판을 달고 나갔을 때 다음 총선에서 부산ㆍ경남지역에서 과연 몇명이 당선될까하는 점이다. 민정쪽 일부에선 차기총선만 치르면 민주계는 급속히 축소되고 김영삼최고위원의 존립기반조차 흔들릴지 모른다고 보고있다.
○…공화계는 김종필최고위원을 유일 지도자로 하되 전면에 드러나지는 않은 단일계보를 형성할 뿐 중간 보스그룹은 전혀 대두될 조짐을 보이고 있지 않은 것이 특색.
김최고위원은 『신당내에서는 융화가 중요하며 계보정치는 하지 않겠다』고 공언하고 있기는 하다.
이는 민정이나 민주계를 자극해 계보확장 경쟁에 돌입하면 합당3당중 가장 약세인 공화계의 위축을 가져올 뿐 아니라 김최고위원 자신의 실질전력(의원수)의 열세가 확연히 드러나게 된다는 고려때문으로 보인다.
또한 구여권이나 군부와의 인연을 고려할 때 자신이 받침대 역할이나 조연을 강조하듯 막후조정역을 하며 이미지를 키워나가면 결과적으로 범여권의 구심력이 될 수밖에 없다는 대망론에 기초한 것이기도 하다.
당내 중간그룹으로 서울의 김용채 전총무,경기지역의 이병희ㆍ경북지역의 구자춘 전부총재가 있으나 정치적 야심이 적어 JP만을 바라볼 뿐이고 또한 김용환 전정책의장ㆍ최각규 전사무총장ㆍ이희일 전기획실장등 장관출신들도 JP지향적일 뿐이다.
이렇게보면 공화계는 김최고의원의 전폭적 신임을 받는 김용환정책의장내정자를 참모장겸 자금책으로 하여 김최고위원의 뜻을 이따금씩 확인하는 암묵적 계보로 중간보스 없이 장기간 존속할 것으로 예상된다.<김용일ㆍ조현욱기자>
◎민자당사 진통끝에 구 의원회관 결정/“거대여당의 민주적 모습 보였다” 자찬
9일 출범한 민주자유당이 단일당사를 마련하지 못해 고민중이다가 가까스로 구의원회관으로 잠정 결정했다.
여야로 갈렸던 3당의 구성원들이 「동지적 유대」를 과시하기 위해서는 창당등록과 함께 한판식을 갖기로 예정된 오는 15일이전까지는 새 당사를 구해야하나,5공의 민정당창당시절처럼 반강제로 건물을 확보할 수도 없고 또 그럴 분위기도 아니어서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신당측이 이 건물을 새당사가 신축될 때까지 1년정도만 사용하길 희망하고,소유주인 KBS측도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KBS노조에서 극렬 반대하고 나설까봐 양측이 조심하고 있다.
민자당에서 당사를 마련하는 실무책임은 장경우 구민정당 부총무가 맡고 있는데 장부총무는 그동안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ㆍ구창덕여고부지ㆍ직업훈련관리공단(마포)ㆍ경희궁공원(구서울고)ㆍ정독도서관(구경기고)ㆍ구전매청건물ㆍ구의원회관 등을 후보선상에 놓고 연일 이리저리 뛰어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추진위는 당초 당사를 물색하면서 그 기준으로 ▲건평 3천평이상의 공간일 것 ▲차량 6백대의 동시 주차가 가능할 것 ▲독립건물일 것 등을 주문했는데 풍수지리설에 따라 4대문안이어야 하고 여의치 않으면 여의도지역도 잠정적으로 괜찮다고 했다는 것.
이에따라 점까지 보며 장소를 물색,마포쪽은 텃세가 강하다는 이유로 절대불가였는데 이 지역에서 정당이 재미 본예가 없었기 때문.
대상건물중 구창덕여고부지는 건물을 신축해야 하는 어려움으로,경희궁공원은 건물도 새로 마련해야 하는 것은 물론 「시민공원」이 집권당의 당사로 전용되는 데 따른 안팎의 엄청난 반발이 예상돼 검토선에서 제외됐다.
또 구전매청건물(종로4가)은 3당의 인원이 모두 입주하기에는 비좁고 현입주 기업체가 많아 대상에서 탈락.
정독도서관이 4대문안 요지에 있어 한때 후보지로 꼽혔으나 도서관 이전작업에만도 6개월이 걸리는데다 『국민정당을 만든다면서 학생들 도서관을 더 지어주지는 못할망정 당사로 바꿔버려서야 되겠느냐』는 지적이 나와 취소됐다.
그러나 이같은 진통을 겪으면서도 민자당지도부는 내심 『신당 이미지 제고에 나쁜 모양은 아니다』고 자족하는 태도.
박준병 구민정당사무총장도 10일 『거대여당이라고 뭐든지 다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결코 그렇지 않다. 몇차례로 나뉘어 입주하는 한이 있더라도 당사선정은 상식대로 추진될 것』이라고 당사마련 과정의 「민주적」 모습을 더 강조했다.<노재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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