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의용품 고시가격 "있으나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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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졸지에 가족의 상을 당해 경황이 없는 유족을 상대로 부당한 장의비용을 청구하거나 특정용품을 강매하는 장의업자들의 횡포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큰 것으로 지적됐다.
또 많은 장의업자들이 관이나 수의·염습비에 대한 고시가격을 지키지 않는데다 가격·품질 등을 전혀 표시하지 않아 유족들의 일방적인 피해가 큰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종합병원등 대규모의 병원영안실과 계약을 한 장의업체들의 횡포가 더욱 큰 것으로 지적됐다.
이같은 사실은 한국소비자보호원이 지난해 11월21∼28일 전국50개 장의업소, 32개소의 사설공원묘지재단, 장례를 경험한 5백 가구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밝혀졌다.
현행 가정의례에 관한 법률에서는 각 시·도지사가 25∼30여종의 주요 장의용품에 대한 고시가격제도를 규정하고 있으나 조사대상 장의업체의73%가 수의가격을, 56%가 염습비를, 30%가 관 값을 고시가격보다 올려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법에는 이를 위반 할 경우 「허가취소나 6개월 이하의 영업정지처분」을 하게 돼 있으나 단속의 손길이 미치지 못해 벌칙조항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장례 경험가구의 13.4%만이 가격고시제도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종류가 천차만별인 장의용품에는 가격·규격·품질 등의 표시사항이 전혀 없어 소비자들은 속수무책으로 업자들의 횡포에 당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는 것이다.
장의사를 이용한 4백83 가구 중 절반이상(51.6%)이 장의서비스에 대한 불만을 표시했다. 불만사항은▲가격이 비싸다(64.3%) ▲불친절하고 추가비용을 요구한다(20.1%)▲비싼 것을 사용하도록 강요당했다 (14.5%) 등이다.
병원이 지정한 장의사를 이용한 가구의 불만 경험률은 72.1%로 특히 높은 것으로 집계됐는데 불만의 대부분(89.4%)이 물품가격이 비싸고 추가비용이나 봉사료 요구가 지나치다고 주장했다. 종교단체를 통한 장의사 이용가구의 불만 경험률은 38.4%로 보다 낮은 편이었다.
또 조사대상가구의 47.0%는 장의자동차 서비스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들 불만자의 35.7%는 차량이 낡고 불결한 점, 35.2%는 운전자 불친절과 수고비 요구, 21.2%는 운임이 비싼 점, 7.9%는 약속시간 위반 등을 들었다.
한편 사설공원묘지재단(업체)들이 묘지이용 유족들의 무지를 악용해 이미 책정한 사용료에 포함된 조경비·축대비·잔디비등을 추가로 요구해 잦은 시비가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 됐다.
조사대상 32개업체중 22개 업체(69%)가 사용료 외에 잔디비 명목으로 3만∼30만원을 청구하거나 조경비로 9만∼15만원, 축대비로 평당 1만∼20만원 등을 별도로 요구 하는 등 바가지를 씌우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 업체들은 묘지설치 후 계속적인 관리를 위해 사용자로부터 관리비를 징수하는데 이미 각 업체들이 기존 사용자로부터 징수한 1억3천만∼25억9천만원의 관리비에 대한 감독기관의 명확한 규정이 없어 묘지관리업체가 기금을 떼어먹거나 잘못 사용하는 등 불의의 사고시 묘주들이 집단피해를 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지적됐다.
또 이들 대부분의 업체들은 보사부가 운영부실 방지 등을 위해 연간 총수입의 4%를 적립토록 한 규정을 거의 지키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또 사설공원묘지 이용을 경험한 1백23가구 중 69.9%가 불만을 토로했는데 그중▲48%는 시설미비 및 관리소홀▲35.8%는 비석·상석 등 비싼 석물비에 대해 ▲25.2%는 묘지의 벌초나 청소소홀▲19.5%는 비싼 사용료 및 관리비▲17.1%는 관리인의 불친절이나 수고비 요구 ▲9.8%는 계약과 다른 분양면적 등에 불만이 있다고 복수 응답했다.
보호원은 조사결과를 토대로 ▲적정한 장의용품 가격고시 후 철저한 감시와 위반업체에 대한 강력한 제재조치실시 ▲장의용품의 표시기준마련▲사설공원묘지 사용료와 관리비 고시, 묘지재단에 대한 철저한 감독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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