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세의 기적' 진도 바닷길 1.8㎞ 밟고 … 캐고 … 300m나 훼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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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판 모세의 기적'으로 유명한 전남 진도의 바닷길이 관광객의 무분별한 조개 채취 등으로 개펄이 휩쓸려 가는 등 일부 훼손된 것으로 조사됐다. 진도 바닷길은 문화재청이 2000년 문화재(명승 제9호)로 지정한 곳이다.

1일 전남대 해양연구소에 따르면 전체 1.8㎞ 바닷길 중 300m에 걸쳐 훼손이 심하게 진행되고 있다. 고군면 회동리에서 400~700m 떨어진 곳은 완만하게 파인 골이 형성돼 있었다. 이 구간에서 폭 3~4m, 깊이 40~50㎝ 크기의 웅덩이 4~5개가 관측됐다.

진도 바닷길의 평균 해발은 50㎝ 안팎이었으나 회동리에서 700m 떨어진 지점은 해발 1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민 박채연(58)씨는 "10여 년 전만 해도 회동과 모도 쪽 바닷길이 거의 동시에 드러났으나 요즘엔 모도 쪽 바다가 먼저 갈라지고 10~20분쯤 뒤 회동 쪽 바닷길이 열린다"며 "회동에서 700~800m 떨어진 지점의 개펄과 모래언덕이 펑퍼짐하게 쓸려 내려간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구소 측은 이들 바닷길 일부 구간이 낮아진 가장 큰 원인으로 관광객의 조개 채취를 들고 있다.

매년 8월 열리는 '신비의 바닷길 축제'엔 연인원 100여만 명이 찾아와 회동 쪽에서부터 조개.소라.낙지 등을 채취하며 개펄 등을 파헤치고 있다.

연구소 측은 특히 훼손된 지점에 관광객이 집중적으로 몰리면서 이들이 마구 뒤집어 놓은 개펄이 밀물 때 휩쓸려 나간 때문으로 보고 있다. 주변에 도로.선착장 등이 들어서면서 조류가 바뀐 것도 한 원인으로 보고 있다. 회동리의 경우 1996년 마을 앞 공연장~가계해수욕장에 1.3㎞ 높이 1.5~2m 해안도로가 건설됐다.

바닷길에서 700m 떨어진 의신면 초사리엔 2200평의 물양장이 들어서는 등 바닷길 주변에 90년대 초 이후 선착장.물양장 등 4~5곳의 인공 구조물이 세워졌다. 또 훼손된 지점이 밀물 때 뱃길로 이용하는 곳이어서 어선.화물선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했다.

이인택 박사는 "바닷길의 훼손이 계속 진행 중"이라며 "보존을 위해 관광객 출입과 선박들의 통행을 제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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