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은 불임 정당 사람들이 조롱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김한길 열린우리당 원내대표가 31일 "사람들은 집권 여당을 불임 정당이라고 조롱한다"며 당이 처한 위기와 당내 무력감을 적나라하게 토해냈다. 9월 정기국회를 준비하기 위해 국회에서 열린 의원 워크숍에서였다. 잇따른 선거 패배와 민심 이반, 대통령과의 갈등, 한나라당의 득세로 인한 당의 어려움을 가감 없이 내보였다. 그러면서 당의 단합과 민생 껴안기를 통한 상황 반전을 호소했다. 다음은 발언 요지.

◆ 한나라당 결재해야 법안 통과="당과 대통령 지지도가 모두 바닥이다. (의원들은) 지역구 다니기가 겁난다고 한다. 재.보궐 선거는 했다 하면 지고, 국회에선 한나라당 결재가 있어야 겨우 법안 몇 개를 통과시킨다. 당 지도부는 시도 때도 없이 바뀌며 비상 체제가 상시 체제처럼 돼 버렸다. 대통령은 대통령대로 우리당 마음대로 되는 것도 아니다."

◆ 전라도.충청도 돌아앉아="든든한 우리 편이던 전라도도 여의치 않다. 대통령은 경상도 출신인데 경상도 민심은 요지부동이다. 행정복합도시다 뭐다 했지만 충청도도 돌아앉았다. 언제나 우리 편인 줄 알았던 30대, 40대는 물론 20대마저 한나라당이 더 좋다고 한다. 차떼기당으로 망했던 한나라당은 다시 살아나는 것 같은데 우리는 개혁과 실용이라며 싸우고, '난닝구'와 '빽바지' 논쟁으로 세월을 까먹고, 당정 분리라며 당과 정이 따로 논다. 이제 부패하지 않다는 것만으론 통하지 않는다. 부패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무능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 "지금은 전시 상황"=워크숍에서 당 지도부는 절박한 자기 반성을 요구했다. 이목희 전략기획위원장은 "지역과 계층과 세대를 다 잃었다"고 했다. 김근태 의장은 "국민이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 못하는 정치는 존재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일부 의원은 "재벌이 아닌 서민.중산층을 위한 뉴딜이 돼야 한다"(조경태 의원), "당이 오른쪽으로 가는 것 아닌가 걱정된다"(임종인 의원)며 당 지도부의 친(親)재계 뉴딜 정책을 꼬집기도 했다. 그러나 김성곤 의원은 "지금은 전시 상황이니 전시작전통제권을 지도부에 몰아 주자"며 당내 단합을 강조했다. 김 의장도 워크숍을 마치며 "당이 뭉쳐 국민에게 희망을 보여주자"고 독려했다.

채병건.이가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