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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PPING] 가구, 겉 다르고 속 다르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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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새집 증후군 못지않게 새 가구 증후군도 조심해야 한다. 새 가구를 들여놓으면 자극적인 냄새가 나 눈이 따갑거나 건조해지고 코가 막히기도 한다. 심지어 피부 질환도 생긴다. 한국소비자보호원에 따르면 소비자 10명 중 4명이 이런 새 가구 증후군을 경험했다. 가구를 만드는 데 쓰이는 합판이나 접착제에서 휘발성 유기화합물, 포름알데히드 등 유해물질이 나오기 때문이다.

◆접착제를 조심하라=새 가구 증후군은 가구 소재의 '겉과 속이 다르기 때문에' 생긴다. 통나무를 깎고 다듬어 만든 '원목'가구가 아니라면 대부분 합판 위에 무늬목 등 표면재를 붙인 자재가 가구 제작에 쓰인다. 이때 겉과 속을 붙이기 위해 사용되는 접착제가 유해물질을 내뿜는다. 6월 에넥스가 내놓은 '워터본'은 접착제를 아예 사용하지 않은 제품이다. 가구 속 자재에 바로 수용성 도료를 여러 번 덧칠해 마감했다. 항균 기능을 갖춰 곰팡이도 생기지 않도록 했다. 32평형 부엌가구(2.7×2.15m)의 가격이 540만원대.

까사미아가 내놓은 어린이용 가구 '티트리'는 가문비나무 원목을 자재로 썼고 수용성 도료로 색칠을 했다. 역시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았다. 싱글 침대(매트리스.깔판 제외)가 57만원이다. 불가피하게 접착제를 사용한 제품이라면 무독성.무휘발성 접착제를 썼는지 살펴봐야 한다.

◆속 자재에도 수준이 있다=대량 생산되는 가구는 대부분 합판으로 만들어진다. 원목은 공급량이 달릴 뿐 아니라 가격도 비싸다. 합판은 나무 가루나 조각에 접착제를 섞어 단단하게 압축한 것이다. 이때 쓰이는 나무 재료나 접착제의 양이 유해물질 방출량을 결정한다. 대부분의 소비자는 가구 재료에 등급이 매겨져 있다는 것을 잘 모른다. 가구 재료는 ℓ당 포름알데히드가 얼마나 방출되느냐에 따라 E0(0.3~0.5㎎), E1(0.5~1.5㎎), E2(1.5㎎ 이상) 등으로 나뉜다. 방출량이 0.3㎎ 미만이면 수퍼 E0 등급으로 분류된다. E0급이 쓰인 가구는 친환경 가구로 볼 수 있다. 한국에선 E1 이상의 자재를 쓰면 KS 인증을 받을 수 있다. 일본은 E0급만 친환경 자재로 인정한다.

한샘이 올 초 출시한 부엌가구 브랜드 '키친 바흐'는 모든 제품을 수퍼 E0 자재로 제작했다. 새 가구 특유의 냄새가 나지 않고 공기 오염이 없다고 한다. 32평형 부엌 가구가 600만원대다.

◆직접 보고 냄새를 맡아라=최근 인터넷이나 홈쇼핑으로 가구를 사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가구의 디자인.색깔은 잘 비교할 수 있다. 하지만 가구를 만져 보거나 냄새를 맡아볼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눈으로만 보면 나무로 만든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만져 보면 비닐로 겉을 감싼 가구가 꽤 있다. 폴리비닐수지(PVC)는 다양한 무늬와 색깔을 표현할 수 있고 값이 싸 가구 표면재로 많이 쓰인다. 하지만 유럽과 일본에선 이의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소파 생산에 많이 쓰이는 가죽도 지독한 냄새가 난다. 소비자보호원의 실험 결과 합성 가죽으로 만든 소파에선 천연 가죽보다 최대 네 배 정도의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배출됐다. 가죽이 두꺼울수록 유해물질 방출량이 더 많았다. 소비자보호원 생활안전팀의 박미희 차장은 "가구는 직접 매장에 가서 냄새를 맡고 만져 보면서 고르는 게 안전하다"며 "어떤 자재를 사용했는지, 환경마크를 받은 제품인지 등을 따져 보라"고 조언했다.

◆새 가구 들인 뒤엔 자주 환기=가구를 샀는데 냄새가 나고 눈이 따가워지는 등 새 가구 증후군을 느낀다면 우선 환기를 자주 해야 한다. 냄새가 너무 심하다면 시중에 나와 있는 광촉매 코팅 스프레이를 사용해 볼 만하다. LG생활건강의 '119 새집 증후군 처리제'는 스프레이 타입으로 새 가구에 뿌려 주면 포름알데히드 등 유발물질을 일부 제거해 준다. 350ml에 3만9000원이다. 리바트는 가구 회사로는 최초로 가구의 냄새와 습기를 없애주는 '가구 닥터'를 개발해 시판 중이다. 옷장 안, 침대 밑 등에 붙여 놓으면 반영구적으로 세균.곰팡이도 없애준다. 가격은 5만4000원.

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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