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없는 10대(촛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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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술기분에 그만….』
『신나게 한번 놀아보고 싶었어요.』
2일 새벽 노상에서 대담한 떼강도짓을 하다 경찰과 난투끝에 붙잡힌 지모군(18ㆍ공원) 등 3명이 털어놓은 범행동기는 유흥비 마련을 위해서였다.
디스코클럽에서 아쉽게 1차술자리를 끝낸 5명의 풋내기 청년들은 『사람때리고 돈뺏어 더 마시자』는 한명의 제안에 겁없이 의기투합,밤길로 나섰다.
서울 필동 으슥한 골목길에서 첫 표적물로 20대여자를 덮쳐 강제추행하다 이를 말리던 30대 행인을 『죽이겠다』고 위협,7만여원을 뺏었다.
『손쉽게 한탕 하고나니 자신감이 생기더군요.』
이들은 또다른 행인에게 강도짓을 하려다 출동한 경찰과 맞닥뜨리자 방범원의 경찰봉을 빼앗아 휘둘러 피투성이를 만드는 등 경찰과 두차례의 난투극과 추격전을 벌이다 결국 붙잡혔다.
지군은 중학교 중퇴후 2년전 고향인 전남 여천에서 무작정 상경,먼저 올라온 이모군(17)과 가구공장 공원으로 일하며 같이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다. 함께 붙잡힌 또다른 이모군(17)도 3년전 상경,인쇄공 일을 하며 알게된 사이.
『돈은 없고,하고싶은 것은 많고….』
지군 등은 뒤늦게 자신들이 특수강도 전과자가 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철장안에서 고개를 떨구었다.
『유혹많은 서울생활,이끌어줄 어른은 없고…. 무작정 상경 소년들은 그래서 범죄꾼으로 크는 겁니다. 첫 범행때 잡히지 않았다면 상습강도가 됐겠지요,』 담당형사는 이들의 범행은 무작정 상경소년들이 「범죄자」로 전락하는 전형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김석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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