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쌓여도 “못본척”… 시민정신 실종/곳곳서 빙판길 낙상사고 속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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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주택가 쓰레기마저 수거 안돼 꼴불견
사흘동안 계속 쌓인 폭설로 차량소통과 통행인의 보행 등 일상생활이 큰 불편을 겪고있으나 시민 스스로 나서 주위의 눈을 치우는 시민정신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때문에 아파트단지ㆍ주택가ㆍ인도가 대부분 빙판길을 이뤄 낙상환자가 속출하고 있으며 주택가엔 쓰레기수거마저 제때 안돼 미관을 해치고 있다.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밀집해 사는 서울 압구정동 H아파트의 경우 사흘동안 20㎝가량의 눈이 쌓였으나 경비원들이 현관 주위의 눈을 치우는것 이외엔 제설작업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있다.
이때문에 주차장ㆍ도로 등이 빙판을 이뤄 곡예운전을 하고 있으며 보행인의 통행도 큰 불편을 겪고있다.
이 아파트 경비원 송모씨(50)는 『하루에도 몇번씩 왜 눈을 치우지않느냐는 주민들의 성화를 받지만 78명의 경비원이 2교대로 근무하면서 동산처럼 쌓인 눈을 치우기엔 역부족』이라며 『7년동안 이곳에서 근무하지만 매해 겨울마다 자진해서 눈을 치우는 주민은 단 한명도 보지못했다』고 말했다.
서울 신반포 K아파트와 잠원동 H아파트 주위도 인도일부와 도로를 제외하고는 20㎝가량의 눈이 그대로 쌓여있으나 제설작업에 나서는 주민은 거의 없다.
서울 창신3동 고지대 주택가도 구청측이 「내집앞 내가 쓸기」운동을 벌이고 있으나 이에 호응하는 주민은 거의없어 골목길이 빙판으로 변했으며 더구나 주민들이 연탄재를 마구 뿌리는 바람에 지저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 서울 세종로ㆍ광화문 뒷골목 상가지역앞 도로변도 상인들이 서로 제설작업을 미뤄 낮에 녹은 눈이 밤에 얼어붙어 차량통행은 물론 행인들의 보행에 큰 지장을 주고있다.
세종로 M식당주인 이모씨(49)는 『혼자 식당앞 눈을 치우려고 해봤으나 옆가게에서 협조하지않기 때문에 어차피 빙판길을 이룰수밖에 없어 그만 두었다』고 말했다.
이때문에 곳곳에서 낙상환자가 속출,서울 상계동 백병원엔 31일 하루 12명의 낙상환자가 찾아왔으며 동대문부근의 U정형외과에서는 31일부터 하루 6∼7명의 눈길사고환자가 치료를 받았다.
그러나 서울 현저동 산15 속칭 달동네지역은 동사무소직원ㆍ주민 등 50여명이 자발적으로 매일아침 제설작업을 벌여 깨끗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어 대조를 이뤘다.
한편 서울시는 이같이 시민의 자발적인 눈치우기운동이 미진하자 2일부터 4일까지 3일간 구청소속 환경미화원ㆍ취로인부 등 1만6백42명과 청소차량 1천1백53대를 동원,간선도로변ㆍ골목길에 대한 대대적인 청소를 실시하는 한편 주민들의 내집앞 쓸기를 적극 권유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주민들의 내집앞쓸기운동을 위해 시내 전지역의 통ㆍ반장을 통해 권유에 나서고 구청차량 22대를 동원,가두방송을 통해 주민들이 골목길ㆍ인도 등에 대한 청소를 실시토록 홍보하고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흘간 내린 폭설을 구청의 행정력만으로 치우기는 역부족이며 시민들의 참여없이는 불가능하다』며 『각 구청의 과별 책임구역을 나눠 주민들과 합동청소작업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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